'검은 사제들' 김윤석 "내 삶이 곧 소신"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02 08:57  수정 2015.11.06 08:48

위험에 빠진 소녀 구하기 위해 나서는 김 신부 역

"독특한 소재·재밌는 시나리오에 영화 출연 결심"

배우 김윤석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기 위해 나선 김 신부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윤석(47)은 끊임없이 일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올 초 '쎄시봉'을 시작으로 여름 개봉한 '극비수사', 그리고 최근 '검은 사제들'까지. 올해만 세 작품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하다.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에선 모두가 꺼리는 배역이었고, '해무'(2014)에선 범상치 않은 뱃사람을 연기했다. 주변 사람들이 말려도 상관없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자", "배우는 다채로운 캐릭터를 입어야 한다"는 단단한 소신 때문이다.

5일 개봉할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은 그의 소신이 빛나는 작품이다. 영화는 악령에 씐 소녀 영신(박소담)을 구하기 위해 나선 두 사제의 얘기를 담았다. 김윤석은 교단의 눈 밖에 난 비주류 사제 김 신부 역을 맡았다.

소재가 독특하고, 감독은 신인이다. 위험 부담이 있다. 그러나 김윤석은 영화를 믿고 움직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정말 하고 싶었다"며 "대박을 바라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한 성과는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극비수사' 이후 쉬려고 했던 그를 붙잡은 작품이 '검은 사제들'이다. 애착이 커 보였다. "'추격자'를 찍을 당시 많은 사람이 망할 거라고 얘기했는데 대박을 쳤죠. 이후 스릴러 영화가 계속 나왔고요. '검은 사제들'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런 독특한 소재, 장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액션 영화 뺨치게 스릴 넘친다. 뻔한 장면이 없다. 후반부 펼쳐지는 구마 예식(악령의 사로잡힘에서 벗어나게 하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예식)에선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는다. 다만 소재 탓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김윤석은 "걱정과 우려는 없다"며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단편을 장편으로 재탄생시킨 장재현 감독에 대해선 "작은 부분도 고증을 거치는 등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는 감독"이라며 "영화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을 지녔고 야심도 있다"고 했다.

배우 김윤석은 영화 '검은 사제들'에 대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라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극 중 김 신부와 최 부제(강동원)는 문제아다. 영화는 이런 '아웃사이더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김윤석도 이 부분에 공감했다. "아무도 몰라주는 일을 두 사제가 해낸 거죠.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사제가 보여준 희생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김윤석의 아내와 아이들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김윤석만 빼고 가족 모두가 성당에 간다고. 그는 "난 믿음이 부족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도문을 외우는 게 큰 숙제였다. 도움을 받기 위해 신부를 찾아간 김윤석은 이런 말을 들었다고. "기도문을 외울 때 인간의 의지가 들어가면 웅변이 된다. 그분이 한다고 생각하고 해라."

힌트였다. 그때부터 김윤석은 큰 기교 없이 대사를 읊었다. 사제 캐릭터를 오롯이 받아들였다.

희생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김 신부를 소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영신을 살리기 위해 악령과 피 터지게 싸운 김 신부는 죽기 직전인 사람이었다. "악령과 싸우려면 이성적이고 차가워야 했죠. 감정에 치우쳐선 안 돼요. 최 부제와 영신이가 흔들려도 김 신부는 묵묵히 앞으로 가는 사람이에요. 안 그러면 지니까."

구마 예식 장면은 가장 공들여 찍은 장면이다. 광주에 있는 세트장에서 한 달간 머물렀다. 옥탑방 같은 좁은 공간. 카메라가 들어갈 여유도 없었다. 벽을 뜯어 카메라를 넣었다. 제작진의 고생이 엄청났다.

"몸이 아닌 말로 하는 액션을 담았어요. 김 신부는 영신과 최 부제를 냉정하게 다뤄야 했습니다. 밀폐된 공간에 오래 있으니 정신이 몽롱해졌어요. 저보다 누워 있는 박소담 양이 더 힘들었죠."

김윤석은 박소담을 "대단하고 여배우"라고 했다. 예쁘게만 보이려고 애쓰는 여배우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길게 갈 여배우예요. 영화에서 신스틸러죠. 소담양 같은 새로운 얼굴이 터져야 영화가 잘 됩니다."

강동원과는 '전우치'(2009) 이후 6년 만의 재회다. 그는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라고 웃었다.

영화 '검은 사제들'에 출연한 김윤석은 남들이 하지 않은 역할에 도전에 보고 싶다고 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윤석은 유아인('완득이'), 여진구('화이'), 박유천('해무'), 그리고 이번 영화 속 강동원·박소담 등 젊은 배우들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이 배우들은 김윤석이라는 탄탄한 배를 타고 스크린에서 자유로이 뛰어 논다.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런지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내요. 하하. 이런저런 사는 얘기도 하고요. 배우라는 직업의 특권이죠."

김윤석은 2006년 방영된 MBC 아침 드라마 '있을 때 잘해'로 주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극 중 '유미 아빠'는 아직도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영화 말고 대중적인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국내 드라마 환경이 열악하잖아요. 적응할 수 있을지 불안해요. 미드처럼 완성된다면 출연하고 싶죠. 섭외는 계속 받았는데 거절하다 보니 이젠 포기한 듯합니다(웃음)."

"영화만으로도 벅차다"는 이 배우는 광고, 예능 등에 한눈을 팔지 않는다. 오로지 연기라는 한우물만 판다. "연기만 하면 된다"는 신념이 입에서 나왔다.

그러면서 그는 가수 한대수의 말을 인용해 얘기를 이어갔다. "돈보다 일이 더 중요해요. 일을 계속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외롭지 않거든요. 이게 핵심이에요. 돈이 많으면 뭐해요. 아무도 안 찾아주는데."

'검은 사제들'을 찍으면서 김윤석은 "기도를 통해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두려움, 외로움 등을 마주하면서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김윤석에게 '섹시한 미중년'이라는 수식어를 언급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누가 말한 거죠? 하하. 한 번 만나 보고 싶네요. 배우라는 직업 덕에 그렇게 보는 듯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오글거려서...어휴."

'검은 사제들'은 '더 폰', '특종: 량첸살인기', '그놈이다' 등 쟁쟁한 스릴러 작품들과 맞붙는다. 영화 자랑 좀 해달라고 했더니 김윤석은 딱 한 줄로 요약했다. "1시간 30분이 13분처럼 느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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