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지난 18일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갤럭시S6 등 휴대폰 단말기를 구매하기 위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단통법 지키면 뭐합니까. 손님이 다 끊겨 죽게 생겼는데...”
최근 불법 보조금(지원금) 영업이 활개치면서 이동통신시장 유통점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보조금 성지로 급부상한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는 소비자 방문이 급증한 반면, 용산이나 강변 테크노마트 등 일반 중소 유통점은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불법 보조금 영업이 증가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주말인 18일 ‘뽐뿌’, ‘빠삭’ 등의 스마트폰 정보를 교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신도림 테크노마트 영업점의 판매 정책 관련 글들이 게시되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불법 판매 행태는 이날 오후 1시~4시까지 스팟성으로 이뤄지다 방송통신위원회 단속반이 현장에 투입되면서 멈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시지원금 상한선 33만원을 제외하고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5’, LG전자 ‘G4' 등의 인기 주요 단말에 최대 50만원에 달하는 페이백이 이뤄졌다. 애플 ’아이폰6S' 시리즈 출시를 앞두고 기존 단말의 재고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판매점 자체적으로 불법 영업을 행한 것이다.
페이백은 일단 소비자가 제 값으로 단말을 구매하게 한 뒤, 한 달이 지나면 현금으로 지원금 상한선을 넘는 금액을 추가로 고객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이다. 불법 보조금 지급의 한 행태이다.
현재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좌표(휴대폰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판매점 위치를 가르키는 은어)’를 물어보는 글과 보조금 얼마에 샀다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들면, ‘ㅅㄷㄹ 갤수육 51욕 64기가 부가2개 현아 45 탑니다’ ‘ㅅㄷㄹ 공책 5권 599 38’ 등이다. 여기서 'ㅅㄷㄹ'은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뜻하는 초성 약자이다. '갤수육'은 '갤럭시S6', '공책 5권'은 갤럭시노트5, '51욕'은 51요금제, '부가2개'는 부가서비스 2개, '현아 45'는 현금 완납 45만원을 뜻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불법 보조금 영업은 지난 1일 SK텔레콤 영업정지 이후로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특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이후로 일대 휴대폰 유통점 시장이 급속하게 고사한 ‘용산 전자상가’나 자체적으로 영업정지를 시행중인 강변 ‘테크노마트’ 등에서 영업을 하던 휴대폰 판매점들이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자리를 옮겨 영업을 다시 시작 하는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끊겨 폐업을 당하기보다 차라리 불법 보조금 영업이라도 자행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통법 지원금 상한선을 지키면서 영업하는 일반 판매점은 언론에 신도림이 거론되는 것 조차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반복해서 회자될수록 신도림 테크노마트가 휴대폰 ‘성지’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판매점 상우회 회원은 “강변 테크노마트의 경우 자발적으로 불법 영업을 한 휴대폰 판매점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영업정지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최근 불법 보조금 영업이 활개치는 것을 보니 법을 지키는 것에 대해 회의감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단통법을 지키면 뭐하나 고사하기 직전”이라며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판매점들의 경우 불법 보조금 영업이라도 다시 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불법 보조금 영업이 게릴라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부당국의 규제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전체 일평균 번호이동 수치 또한 1만5000건 안팎으로 과열 기준치 2만4000건의 절반 수준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시장이 ‘안정’ 상태인 셈이다. 방통위 단말유통조사담당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겨냥한 실태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일반적인 수준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변테크노마트 측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최근 방통위에 보냈다. 조만간 이동통신3사에도 보내 불법 온라인 영업에 대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전국 휴대폰 판매점을 대표하는 이통유통협회도 신도림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한선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면 순간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의 보조금 혜택을 빼앗아 다른 소비자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결국 피해는 소비자가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통법을 지키는 판매점은 고사하기 일보 직전인데, 버젓이 불법 보조금 영업을 하면서 활개치는 곳이 다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건전한 유통시장 환경을 위해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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