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김무성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없어"

전문가 "청와대에 밀릴 수 없는 김무성, 강약 조절 중"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총선 공천룰과 선거구 획정 논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미소를 지으며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입을 두고 청와대와 친박계의 반발로 새누리당이 심한 내홍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30일 국회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총선룰과 선거구 획정 등의 논의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장우 의원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추석 연휴 중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한 청와대를 향해 "청와대 관계자가 여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느냐.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언론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모욕하느냐"며 "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는데 청와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되겠느냐"고도 했다.

김 대표는 모두발언에서도 청와대의 우려 표명에 대해 "안심번호는 여태껏 써왔고 정개특위에서 이미 합의된 내용이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청와대에서 이야기한 것들은 보는 시각이나 각도가 달라 생긴 오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김 대표가 "청와대에서 이야기한 5가지 중 다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며 "여론조사 응답률 2%, 이것 한 가지만 맞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설명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Δ역선택 가능성 Δ응답률 2% 수준에서 조직선거 우려 Δ선관위의 관리비용 Δ현장투표와 다른 전화여론조사의 한계 Δ여야 대표 합의의 절차상 하자 등의 문제점을 들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반박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새정치연합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역선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불가능하다"면서도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사실상 김 대표가 청와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며 설전을 펼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소집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부산 회동'에 대한 배경을 설명한 김 대표는 이날 작심한 듯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 이후 기자들에게 "(안심번호 도입은) 청와대와 사전 협의할 내용이 아니다"고 밝힌 것.

그는 "안심번호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정치 이슈와 전혀 관계 없다"며 "여론조사 기법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연이은 강도 높은 발언에 정가에서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두고 청와대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 없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까지 했다.

흔히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지난해 상하이발 개헌 파동 이후 밀월 관계를 유지해왔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통과시켰고 최근 노동개혁에도 힘 쓰고 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때에도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이랬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으르렁'대는 이유는 결국 공천권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 결과가 자신의 레임덕과 직결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공천권에 개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인의 세력이 국회에서 뒷받침이 되지 않는다면 집권 말기에 추진하는 정책의 동력을 잃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기 여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는 전략공천에 직접적인 피해를 본 경험으로 지속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회 내 입지를 크게 줄이는 목적도 담겼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당청 간 갈등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 "청와대에 밀릴 수 없는 김무성, 강약 조절하는 중"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언젠가 한 번은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붙어야 할 김 대표가 현재 시기를 보며 강약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에는 김 대표가 한 발 물러설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청와대와 김 대표 모두 절체절명의 순간인 상황인데 김 대표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에 밀리면 향후 대선은 물 건너가게 된다"며 "그렇지만 현재 권력과 지나치게 척질 수는 없는 김 대표가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청와대를 향해 날을 세우긴 했으나 안심번호 도입을 당내 특별기구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만큼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김 대표가 정말 청와대와 정면 대결 할 마음이었으면 (안심번호 도입을) 계속 밀고 나갔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대선이 2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현재권력과 척지면 좋을 게 없다"며 "너무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김 대표의 거센 발언에 대해 "김 대표도 청와대의 공천권을 전면 봉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보여주기 식이며 결국은 김 대표가 양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청와대와 각을 세워 좋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김 대표의 강한 반응은 청와대와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지금 김 대표가 청와대와 전면전을 벌일 위치에 있지 않다"며 "굳이 대립 구도를 갖고 가서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김 대표가 물러서는 게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