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 김승기 감독대행의 '그 분' 발언 아쉬운 이유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9.09 13:07  수정 2015.09.09 13:10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으로 몸살..혐의 받은 전창진 감독도 도의적인 책임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대행이 지난 7일 미디어데이에서 올시즌 각오를 밝히고 있다. ⓒ KBL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대행은 지난 7일 열린 2015-2016시즌 KBL 프로농구 미디어데이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김 대행은 새로운 시즌의 각오를 밝히는 자리에서 "KGC에는 '그 분'의 피가 흐른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현재 KGC의 전력이 좋지않다는 것을 설명하던 상황에서 나왔다. KGC가 현재 부상선수들이 많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 분'의 피가 흐르기 때문에 노력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대행은 구체적으로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정황상 '그 분'은 전창진 전 감독을 지칭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전 감독은 KT 시절 부상선수가 많고 전력이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팀을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올린 경험이 있다. 김 대행은 그런 전 감독 밑에서 수년간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사실상 전창진 감독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 만큼 김 대행이 전 감독의 농구스타일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김 대행의 '그 분' 타령은 다소 부적절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KGC 인삼공사 구단은 올해 바로 '그 분'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여름을 보냈다.

KGC로서는 사실 억울한 피해자가 된 꼴이었다. 승부조작 파문은 사실 KGC와는 무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전창진 전 감독이 승부조작 연루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르며 애꿎은 KGC 구단만 졸지에 감독을 잃고 시즌 준비에 차질을 빚었을 뿐 아니라 여론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전 감독은 일단 구속은 피했지만 수사가 장기화되며 결국 KGC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그 바통을 넘겨받은 것이 바로 지금의 김승기 감독대행이다. 김 대행은 전창진 감독과 동부-KT 시절에 이어 KGC까지 함께 건너온 대표적인 '전창진 사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전 감독은 결국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농구계를 떠나게 됐다. 승부조작 혐의도 아직 완전히 벗은 것도 아닐뿐더러 별개로 부적절한 처신으로 농구계와 KGC 구단에 오점을 남긴 도의적인 책임은 피할 수 없다.

KGC는 아직 전창진 감독 체제로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분의 피를 이어받아야할' 어떤 이유도 없다. 이럴 때 일수록 오히려 신임 사령탑이 어두운 과거와의 단절과 혁신을 앞장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미디어데이는 새로운 시즌의 출발을 알리는 것은 물론 팬들 앞에서 농구계의 변화와 혁신을 다짐하는 자리였다. 이런 자리에서 김승기 대행의 '그 분' 발언은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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