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출신 타자로는 사상 첫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강정호(28·피츠버그)의 방망이가 연일 불을 내뿜고 있다.
앞서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으로 선정된 강정호는 지난 10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서 시즌 9호 홈런을 쏘아 올리는 등 8월 들어서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타율 0.293 9홈런 39타점을 기록 중인 강정호가 12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4타석 이상 들어선다면 규정타석을 채우게 된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신인 중 규정타석을 소화 중인 선수는 고작 9명. 당연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수비 부담이 큰 3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소화하면서도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 벌써부터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급부상하고 있다. 물론 강정호는 KBO리그에서 9시즌을 보낸 중고신인이라 여타 후보들을 압도할 성적이 요구된다.
강정호가 노려볼만한 타이틀은 신인왕뿐만 아니다. 각 포지션 최고의 공격력을 선보인 선수에게 수여되는 ‘실버슬러거’ 또한 사정권에 있다.
강정호는 시즌 초반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와 3루수 조시 해리슨을 백업하다 이들이 부상으로 빠지자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고 있다. 그가 소화한 690이닝 가운데 3루수로는 404.1이닝을, 유격수 포지션에서는 285.2이닝을 뛰었다. 당연히 MLB.com 역시 강정호의 포지션을 3루수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3루수로 분류된다면 실버슬러거 수상 확률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3루수는 전통적인 거포 포지션인 데다가 올 시즌 내셔널리그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8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ESPN 기준)를 기록 중인 강정호는 NL 3루수 중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 4.2)와 맷 더피(샌프란시스코, 3.8)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이밖에 토드 프레이저(신시내티),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등은 실버슬러거 수상에 유리한 홈런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사실상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면 수비력을 중시하는 유격수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생긴다. 강정호의 WAR는 샌프란시스코 유격수 브랜든 크로포드(5.5)에 이은 리그 2위다.
특히 크로포드의 경우 만만치 않은 장타력(19홈런)을 뽐내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타율에서는 0.266으로 강정호보다 약 3푼 정도가 낮고, OPS에서도 강정호가 근소하게 앞선 상황이다. 또한 후반기 페이스는 강정호가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크로포드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시간문제가 될 전망이다.
사실 강정호가 후반기 괄목할 상승세를 타지 않는 한 어떤 포지션에서든 실버슬러거 수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는 복수 포지션을 비등하게 소화한 ‘유틸리티 플레이어’에게 타이틀을 안겨준 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던 우려를 확실히 씻겨내는 만점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동양인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깨부순 선구자와 다름없다. 신인왕과 실버슬러거 후보로 거론되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산 타자’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