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호건·스톤콜드·브록레스너’ 시공 초월한 WWE 존재감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5.06.13 14:33  수정 2015.06.13 14:34

1980년대 호건-워리어 시작으로 수퍼스타들의 향연

3세대 이후 약해진 선수층 우려..UFC에 맞설 묘수는?

헐크 호건은 WWE 1세대를 이끈 수퍼스타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미국 프로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뉘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1세대는 지난 1980~90년대 활약한 레슬러들이다.

아버지 제스 맥마흔의 사업을 인수한 빈스 맥마흔(69)이 1979년 세계 레슬링 연방(이하 WWF)을 창설했다. 이후 WWF는 가파르게 성장, 세계 프로레슬링을 주도하는 단체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을 비롯해 남미, 유럽에서 레슬러 지망생들이 모였다. 이들은 혹독한 훈련을 거쳐 WWF에 데뷔했다. WWF 작가들은 레슬러에게 개성을 부여, 상품성을 극대화했다.

그 중심에 헐크 호건(61)과 고(故) 얼티밋 워리어(1959-2014)가 있다.

‘리얼 아메리칸’ 호건은 미소 냉전시대 '구소련 캐릭터' 니콜라이 볼코프와 명승부를 펼쳤다. 또 1991년 걸프전 당시엔 ‘이라크 장교 배역’ 서전 슬로터와 레슬매니아7에서 격돌했다. 호건은 매번 성조기를 들고 나와 미국의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관중은 USA를 연호했고 호건은 귀를 기울였다.

호건이 미국의 영웅 캐릭터를 맡았다면, 워리어는 국가관을 초월한 ‘슈퍼 히어로’였다. 영화 어벤저스처럼 지구를 지키는 사나이로 전 세계적인 호감을 얻었다. 또 워리어는 인디언의 후예 배역을 맡아 호건과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두 슈퍼스타’ 호건-워리어와 함께 마초맨 랜디세비지(1952-2011), 빅보스맨(1963-2004), 미스터 퍼펙트(1958-2003), 릭루드(1958-1999), 앙드레 자이언트(1946-1993), 밀리언 달러맨, 제이크 더 스네이크 로버츠, 데몰리션맨, 하트파운데이션 등 개성만점 캐릭터가 WWF 절정기를 이끌었다.

‘WWF 2세대’는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낸 레슬러들이다.

캐나다 영웅 브렛 하트(전 하트파운데이션 멤버), 숀 마이클, 스톤콜드 스티브 오스틴, 더 락이 주인공이다.

브렛 하트는 다채로운 기술과 승부근성으로 호건이 떠난 WWF 빈자리를 메웠다. 그러나 1997년 브렛의 고향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서바이벌’에서 브렛은 WWF로부터 모욕을 당했다.

당시 브렛은 WCW 단체로 이적이 확정된 상태였다. 브렛은 정들었던 WWF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어 했다. WWF 작가들도 브렛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WWF 서바이벌 메인 경기에서 브렛이 숀 마이클을 이긴 뒤 챔피언 벨트를 반납하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러나 ‘WWF 회장’ 빈스 맥마흔이 경기 결과를 뒤집었다. 화가 난 브렛이 빈스에게 침을 뱉고 WWF를 떠났다. 브렛과 WWF의 불미스러운 작별에 많은 팬들이 돌아섰다. 특히 캐나다 팬들은 아직도 WWF에 앙금이 남아있다.

브렛이 떠난 자리를 스톤 콜드 스티븐 오스틴, 더 락, 숀마이클이 메웠다.

사모아 출신 더 락은 역동적인 경기 운영과 만인의 팔꿈치(피플스 엘보우) 기술로 큰 인기를 끌었다. ‘섹시 보이’ 숀 마이클은 화려한 스윗친 뮤직(옆차기)으로 전 세계 여성 팬들을 홀렸다.

“오스틴 3장 16절, 단지 너의 엉덩이를 찼을 뿐” 발언으로 유명한 스티븐 오스틴은 압도적 카리스마로 사랑받았다.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마음에 안 드는 녀석이 나타나면 스터너를 날렸다. 오스틴 스터너 희생양엔 ‘WWF 고용주’ 빈스 맥마흔도 있다.

잠시 외도하긴 했지만, 브록레스너는 WWE 3세대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한 명이다. WWE 동영상 캡처.

‘WWF 3세대’는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활동하는 레슬러들이다.

WWF는 지난 2002년 세계자연보호기금(World Wide Fund For Nature)과의 상표권 분쟁에서 패소했다. 결국, 빈스 맥마흔 회장은 WWE(World Wrestling Entertainment)로 바꾸고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요소를 극대화했다.

국가, 민족 갈등에서 가족의 분열, 삼각관계, 채무 등 우리 주변 이야기로 시선을 돌린 것. 이로 인해 막장 스토리가 탄생하는 등 WWE 작가들은 많은 비평을 들었다.

WWF 3세대 주인공은 브록 레스너, 커트 앵글, 트리플H, 언더테이커, 에디게레로, 존 시나 등이 손꼽힌다.

‘넥스트 빅 띵’ 브록 레스너는 천부적인 운동신경으로 WWE 3세대를 이끌었다. 지난 2002년 섬머슬램에서 더 락을 꺾고 당시 최연소 WWE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라커룸에서 브록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많은 동료 레슬러들이 브록의 ‘무적 역할’에 불만을 표출했다.

브록 또한 WWE의 살인적인 경기 일정에 지쳐만 갔다. 결국 브록은 미식축구, 일본진출, UFC 도전 등 외도를 한 바 있다.

브록이 떠나자 WWE 빈스 맥마흔 회장은 ‘보디빌더 출신’ 존 시나를 챔피언으로 만들었다. 겸손한 존 시나는 라커룸에서 품평이 좋았지만, 정작 관중에게는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다. 단조로운 기술과 쇼맨십 부족으로 WWE 역대 챔피언들의 존재감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평이 끊이질 않는다.

한편, ‘WWE 3세대’엔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 출신 커트 앵글, WWF 시절부터 활약한 ‘백전노장’ 언더테이커, ‘빈스 맥마흔 사위’ 트리플H도 있다.

‘라티노 히트’ 에디 게레로(1967-2005)도 빼놓을 수 없는 WWE 3세대 슈퍼스타다. 몸을 던지는 희생과 퍼포먼스 기술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에디 게레로는 자수성가 케이스다. 혹독한 무명을 거쳐 2004년 WWE 최정상에 등극했다.

당시 브록은 에디를 향해 ‘각본상’ 독설을 퍼부은 바 있다. 브록은 “에디 같은 녀석을 경멸한다”면서 “관중에게 동정심이나 얻으려고 하지. 에디 때문에 나 같은 엘리트 출신 레슬러가 욕먹는 거야”라고 공격한 바 있다.

이에 에디는 “진실은 맞다. 내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것을 잃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새 인생을 되찾았다. 자식을 못 가르친 죄, 맛있는 음식 사주지 못한 죄, 예쁜 옷 사 입히지 못한 죄, 이제 다 갚을 차례다. 지금부터는 승리에 중독돼 살고 싶다. 돌아온 라티노 히트의 열정을 보여 주겠다”고 반격한 바 있다.

에디는 WWE 역사상 가장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평가받았다. ‘WWE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에디는 2005년 11월 13일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울렸다.

이제 WWE는 ‘4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3세대 주역 브록 레스너와 존 시나는 여전히 WWE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1·2세대와 비교해 선수층이 얇다. ‘종합격투기 UFC’의 거센 도전 속에 WWE가 또 어떤 돌파구를 찾아낼지 빈스 맥마흔 회장의 묘수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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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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