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세리에A의 마지막 자존심 유벤투스가 19년 만에 유럽 정상을 노린다. 상대는 세계 최강으로 손꼽히는 프리메라리가 챔피언 FC 바르셀로나다.
유벤투스와 바르셀로나는 7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이번 시즌 자국 리그와 컵 대회에서 우승하며 트레블(3관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오직 승리 팀만이 트레블 영광에 오를 수 있다.
객관적인 전력을 살펴보면 바르셀로나가 유벤투스보다 한수 우위라는 평가다. 경기 전 대다수 축구팬은 물론 베팅 업체 역시 유벤투스보다는 바르셀로나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유벤투스, 우려를 기대로 바꾼 알레그리
유벤투스는 올 시즌 개막 전부터 안토니아 콩테 감독이 팀을 떠나는 악재를 겪었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아주리 군단 지휘봉을 내려놓으면서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콩테 감독을 선임했다. 추락한 팀의 명예를 되살린 콩테 감독과의 결별은 유벤투스에겐 뼈아픈 악재였다.
콩테 감독 대체자로 유벤투스는 막시밀리아노 알레그리를 선임했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았다. 2013-14 시즌 알레그리 감독은 성적 부진 탓에 AC 밀란 사령탑에서 경질됐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전술과 특정 선수에 치중된 공격 전술, 그리고 선수단 장악 실패라는 꼬리표 탓에 알레그리 감독을 향한 유벤투스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알레그리 감독은 자신에 대한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 '우물 안 개구리'로 불렸던 유벤투스를 이끌고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무려 12년 만이다. 코파 이탈리아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사상 첫 트레블에 한 발 다가섰다.
밀란 시절 알레그리는 단단함을 중시했다. 자원의 한계에도 활동량이 좋은 미드필더를 중원에 배치하는 전술을 운용했다.
유벤투스 사령탑 부임 후에는 활동량에 개인 기량까지 더해진 선수들을 활용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전술을 구사 중이다. 카를로스 테베스를 중심으로 한 공격진이 막강하다. 특히 알바로 모라타의 재발견에도 성공하며 지나칠 정도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의존했던 밀란 시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수비 전술 변화도 성공적이었다. 콩테 감독은 스리백을 고집했다. 그러나 알레그리 감독은 스리백뿐만 아니라 포백 전술을 안착시키며 수비력 강화에 성공했다. 완성도 높은 포백 전술로 알레그리 감독은 수비력 강화는 물론 미드필더진을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던 유벤투스지만, 불과 한 시즌 만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를 잡아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제 마지막 관문 바르셀로나만 넘으면 19년 만에 유럽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첼시와 이탈리아의 갈림길, 유벤투스 선택은?
유벤투스에게 상대팀 바르셀로나는 껄끄러운 상대다. 루이스 수아레스 영입하면서 리오넬 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로 이어지는 MSN라인을 구축해 자타공인 세계 최강의 스리톱을 장착했다.
창이 워낙 날카로운 탓에 제 아무리 단단한 방패여도 MSN 라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세 선수 모두 뛰어난 개인 기량은 물론 톱니바퀴 같은 팀플레이로 환상의 하모니를 선보이고 있다. 유벤투스로서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유벤투스에 교훈이 되는 팀은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첼시, 그리고 유로 2012 준우승팀 이탈리아다. 전자는 FC 바르셀로나를 잡고 유럽 정상에 올랐으며 후자는 스페인에 0-4로 완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두 팀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지만 한 팀은 우승의 단 맛을, 나머지 한 팀은 결승전 완패라는 쓴 맛을 맛봐야 했다.
공교롭게도 첼시와 이탈리아 모두 유벤투스와 색채가 비슷하다. 난공불락의 수비력을 보여준 첼시는 빠른 역습을 통해 바르셀로나 흔들기에 성공하며 우승이라는 대업을 이뤄냈다. 유벤투스 역시 단단한 포백을 자랑한다. '카테나치오'로 대표되는 이탈리아 대표팀 중앙 수비수인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레오나르도 보누치를 앞세워 난공불락의 수비력을 보여줬다.
유로 2012의 이탈리아 역시 유벤투스와 비교해볼 만하다. 유벤투스 선수들 대다수는 이탈리아 대표팀 내에서도 입지가 굳건하다.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을 비롯해 키엘리니와 보누치, 그리고 클라우디오 마르시키오와 안드레아 피를로 모두 이탈리아 대표팀 주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유벤투스의 상대 바르셀로나는 스페인 대표팀과 가장 유사한 팀이다. 리오넬 메시라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일명 '티키타카' 전술을 앞세운 스페인 대표팀은 유로 2008부터 유로 2012까지 메이저 대회 3연패에 성공하며 무적함대 전성시대를 알렸다.
유로 2012 당시 유벤투스 선수들이 대거 포진된 이탈리아 대표팀은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인 스페인 대표팀에 완패를 당한 바 있다. 0-4 대패는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각오다.
선수들 역시 '위닝 스피릿'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단단히 무장했다. 유로2012에서는 대패했지만 2006 FIFA 독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대표팀은 대회 4번째 우승을 달성한 경험이 있다. 당시 주축 선수였던 부폰과 피를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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