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한국시간) FC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의 2014-15 스페인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나온 네이마르의 플레이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네이마르는 후반 40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수비수가 접근하자 뒤꿈치로 볼을 차올려 상대 수비수 머리 위로 넘기는 드리블을 시도했다. 축구에서는 이른바 '사포'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하지만 빌바오 선수들은 이를 거칠게 파울로 저지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미 바르셀로나의 승기가 거의 굳어진 상황에서 상대를 조롱하는 행동이었다는 게 빌바오 선수들이 분노한 이유다. 경기는 3-1, 바르셀로나의 우승으로 끝났다.
경기 후에도 네이마르의 플레이에 대한 여론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네이마르의 행동을 옹호하는 쪽은 사포 역시 엄연한 축구 기술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마르의 모국인 브라질에서는 실전에서도 간혹 사포 기술을 쓰는 경우를 찾을 수 있다. 네이마르도 이전 엘 클라시코 더비 등 라 리가 경기에서 몇 차례 사포를 구사한 전례가 있다.
당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농락당하는 듯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사포 자체가 어지간히 자신이 있지 않으면 실전에서 쉽게 구사할 수 있는 기술도 아닐뿐더러, 막아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한 쪽에서 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사포 자체보다는 타이밍과 의도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만일 네이마르가 팀이 지고 있는 상황이나 아슬아슬한 승부처에서 이런 기술을 썼다면 욕을 하는 대상은 빌바오가 아니라 바로 바르셀로나 팀 동료들과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바르셀로나는 2점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한 찬스가 아니면 무리하게 공격을 이어가지 않고 볼을 오래 간수하며 시간을 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전방에 있던 네이마르는 후방에서 한 번에 넘어온 패스를 이어받았고, 역습으로 이어갈 수 있었지만 굳이 서두르지 않고 볼을 간수하고 코너 플랫으로 이동했다. 여기까지는 리드하고 있는 팀들의 일반적인 경기운영이었다. 그런데 수비수가 달라붙자 갑자기 사포를 시도하며 개인기를 부렸다. 상대 입장에서는 충분히 도발로 해석할 수 있는 장면이다.
네이마르는 경기 내내 빌바오 선수들의 거친 몸싸움과 집중견제에 시달렸다. 그래서 승리가 확정된 마당에 빌바오 선수들을 조롱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네이마르는 사포 기술 이후 반칙에 쓰러졌지만 빌바오 선수들의 거센 항의와 분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네이마르도 자신의 행동이 상대 선수들을 왜 자극했는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모든 스포츠에는 나름의 불문율이 있다. 야구에서 큰 점수 차에서 도루나 투수교체를 자제하고, 농구에서 크게 이기고 있는 팀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러한 불문율이 항상 정답인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인 취지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공통점이다.
승부의 세계가 아무리 치열하다고 해도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지 않는다면 스포츠는 언제든 싸움판으로 전락하기 쉽다.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면 심판의 눈을 속여서 저지르는 파울이나, '침대축구' 등도 문제될게 없다.
네이마르는 이미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 이번 사건으로 그의 화려한 사포 기술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다음엔 팬들에게 좀 더 박수 받을 수 있는 타이밍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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