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만 만나면 작아졌던 '영원한 캡틴' 스티븐 제라드(35·리버풀)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리버풀은 11일 0시(한국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와 '2014-15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를 갖는다.
18승 7무 10패(승점 61)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65·이하 맨유)에 이어 리그 5위를 달리고 있는 리버풀은 첼시전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한 4위 경쟁에 뛰어들 수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리버풀을 떠나는 제라드는 리버풀 캡틴으로서 끝내 리그 우승을 선사하진 못했지만, 그간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을 챔피언스리그 티켓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또한, 이번에 맞대결을 펼치는 첼시는 자신에게 많은 굴욕을 선사했던 팀이었기에 명예회복을 이룬 뒤 떠나겠다는 각오다.
2010년 5월 2일 ‘져주기 논란’
맨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리버풀과 첼시의 리그 37라운드 경기를 지켜보고 불같이 화를 냈다. 퍼거슨 감독은 "제라드가 첼시에게 우승 선물을 줬다"며 격노했다.
사연은 이랬다. 맨유와 첼시는 리그 우승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맨유는 36경기서 승점 79점을 얻어 첼시에 승점 1점차로 뒤져 자력 우승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리버풀과 첼시의 리그 37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의 선전을 기대해야 했다.
물론, 맨유 팬들은 리버풀이 첼시를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리버풀과 함께 리그 최다 우승팀(통산 18회)이었던 맨유가 최다 우승팀이 되도록 리버풀이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라드의 실수로 의혹이 더 커졌다. 공공연히 떠돌던 첼시의 승리가 어이없는 상황에 의해 현실로 다가온 것이었다. 제라드가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면서 디디에 드록바에게 골을 헌납하는 상황이 연출됐고, 결국 리버풀이 첼시에 0-2로 패했다. 그리고 첼시가 우승을 차지했다. 맨유 팬들은 제라드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2014년 4월 27일 ‘25년 만에 우승 물거품’
리버풀에게 25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제라드에게도 첫 리그 우승이라는 영광이 코앞에 찾아왔다.
리버풀은 시즌 내내 강력한 공격력을 앞세워 리그 수위를 유지했다. 첼시와의 리그 36라운드가 치러지기 전까지는 리버풀의 우승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하지만 제라드는 이날 경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뎀바 바에게 선제 결승골을 헌납했고, 꿈에 그리던 리그 우승은 허망하게 날아가게 됐다. 특히 이날 경기는 국내 팬들에게 소위 '뎀바 바의 개'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로 강렬한 임팩트를 줬다.
결국, 제라드의 실수는 리그 우승의 향방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0년의 실수는 첼시의 우승을 도왔고 2014년에는 본인 팀을 우승에서 제외시키고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을 도운 셈이 됐다.
2015년 5월 11일 ‘첼시전에 걸린 챔피언스리그 운명’
이번 첼시전서 제라드가 경기에 뛸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경기에 투입된다면, 동기 부여는 그 어떤 선수보다도 확실하다.
첼시는 지난 크리스탈 팰리스전서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번 리버풀과의 일전에서 베스트 전력을 가동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고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할 가능성이 높다. 리버풀과 제라드로선 설욕의 좋은 기회다.
하지만 리버풀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건 아니다. 리버풀은 남은 3경기서 전승을 거두더라도 맨유가 남은 3경기서 승점 5점만 추가하면 티켓은 맨유의 몫이 된다.
리버풀로선 일단 첼시전에서 이기고 남은 경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건 새겨진 치욕의 역사를 씻고,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향한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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