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하나금융지주)이 협상을 하는 방식을 보면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죠. 이런 분위기에선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3개월 전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과 관련 외환은행 노조 한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이후 노조와 통합 관련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 간 대화는 중단됐다.
지난 15일 하나금융그룹 사측과 외환은행 노조는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마나 조기통합 논의를 재개했다. 구체적인 통합 논의가 오가진 않았지만,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초 이번 만남은 노사 간 의지 보다 법원의 주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앞서 하나금융이 제기한 가처분결정 이의신청에 대한 심리 과정에서 재판부가 “노사 간 성실한 대화를 해보라”고 주문했다.
이날 만남 이후 노사 모두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상견례 성격이었고,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노사는 첨예하게 대립하며 만남 이후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노사 양측 모두 실리 보다는 명분이나 기싸움에 치우치는 경향이 강했다.
하나금융 한 관계자는 “노사 모두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닌 직원들의 동의를 얻고 통합의 당위성을 찾는데 동의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만나봐야 알겠지만, 시작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노조 관계자 역시 “무조건 투쟁일변의 노조가 아니다”며 “사측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금융권에서는 조기통합에 대한 희망의 싹이 자라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의 합병절차 중단에 대한 가처분신청 인용과 새로 취임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노사합의 강조’ 등 통합의 장벽이 높아졌지만, 노조 통합논의가 진전될 경우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3개월 만에 열린 테이블에는 김한조 외환은행장-김근용 노조위원장과 함께 노사 각각 4인의 실무진이 참여하는 이른바 ‘1:1+4:4 협상단’이 자리했다. 이들은 향후 구체적인 협상방식과 테이블에 올릴 메뉴 등을 결정하고 정기적으로 만나자는데 뜻을 모았다.
조기통합의 공을 넘겨받은 김 행장은 이날 “노사가 전향적으로 대화에 임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노조 역시 사측과 적극적인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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