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에 따라 경상남도에서는 다음 달부터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홍 지사의 결단이 묘하게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겹치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은 지난 2009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공약으로 들고 나오면서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불을 지핀 것은 이듬해인 2010년 오 전 시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었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고, 이에 오 전 시장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저소득층 30%에게 선별적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시의회를 장악한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전면 무상급식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갈등을 빚었다.
결국 주민투표까지 이어졌고,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24일 주민투표에서 유효투표율 33.3%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투표함을 개봉도 하지 못한 채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의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고, 이는 당시 한나라당 지도부의 사퇴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 때 사퇴한 당 대표가 홍준표 지사라는 것이다. 당시 홍 지사는 ‘무상급식 반대’를 내세운 오 전 시장과 사사건건 의견차를 드러내면서 갈등을 빚었다. 대표적인 게 오 전 시장이 당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민투표 결과에 서울시장직을 건 것과 사퇴시점을 두고 당과 상의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한 것이다.
당시 홍 지사의 분노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그가 2011년 8월 26일 서울지역 당협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여과없이 공개적으로 드러났다.
홍 지사는 “어제 오 시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 아닌가 해서 전화기를 껐다”,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다”,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한가”,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적으로 하는가”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후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논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지만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인물이 또 홍 지사다. 무상복지로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던 그가 무상급식 감사를 거부하는 경남도교육청에 무상급식비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며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경남에서 시작된 논쟁은 재정 여력이 부족했던 인천과 울산 동구 등으로 확산됐으며, 나아가 영유아 보육비 등 정부의 무상보육 예산 편성과 연계돼 중앙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이를 두고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11월 3일 “홍 지사는 오 전 시장이 왜 시장직에서 물러났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정치적 한탕주의에 몰두하면 결국 학생과 학부모, 국민에게 차가운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홍 지사가 오 전 시장의 무상급식 논란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실제 홍 지사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오 전 시장의 2011년과 흡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오 전 시장을 시장직에서 물러나게 만든 주민투표 요구가 경상남도에서 제기된 것이다.
200여 학부모·시민단체가 모인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지난달 무상급식이 중단될 것이란 소식에 주민투표를 요구했으며, 그 결과에 따라 무상급식 중단 여부를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상남도는 무상급식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대표자 증명서를 내주지 않았고, 운동본부는 지난달 말 창원지법에 경상남도의 중단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일단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홍 지사의 향후 행보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과연 그가 오 전 시장의 행보와 어떤 차별성을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