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4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2 분패했다. 27년 만에 결승에 오른 한국은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들며 또 다시 4년 뒤를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우승을 제외하고 슈틸리케호의 아시안컵 여정은 완벽했다는 평가다. 이는 결과가 아닌 아시안컵을 치르면서 대표팀이 보여준 땀과 눈물이 흐른 모든 과정에 바치는 헌사다.
대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조차 한국의 우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외신들도 일본, 이란, 호주 등과 비교하며 한국의 우승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누군가는 골잡이가 없다고 걱정했고, 누군가는 신임 감독 취임 후 3개월 만에 열리는 메이저대회의 짧은 준비기간을 우려했다. 대회 개막 이후에도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감기 대란, 기복심한 경기력 등이 도마에 오르며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반년 전 브라질월드컵 참패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슈틸리케호는 위기를 기회로 멋지게 바꿔냈다.
베테랑과 젊은 피, 주전과 비주전, 플랜 A와 B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대표팀은 끊임없이 외부의 선입견과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진화했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전체가 그라운드에서 혼연일체가 되어 마지막까지 승리를 갈망하는 투혼은 한동안 대표팀에 실망하고 등을 돌렸던 사람들까지도 다시 돌려세울 만큼 감동을 안겼다.
한국축구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4년 내내 계속된 축구협회의 행정 난맥상과 잦은 감독교체, 월드컵 본선에서 벌어진 의리축구 논란 등이 겹쳐 대표팀의 이미지는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2015 아시안컵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무너진 대표팀의 명예를 되찾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지난 홍명보호의 귀국 당시 ‘엿세례’와 함께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던 것과 달리 슈틸리케호의 귀국장에는 환호와 꽃다발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당시 홍명보호의 주전으로 활약했던 박주영과 정성룡은 극도로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고도 밝게 웃거나 SNS에 경솔한 언행을 늘어놓는 행보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다.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뼈아픈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진수는 자책하며 눈물까지 흘렸지만 정작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고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국민들의 위로였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아쉬운 패배도 대표팀이 지난 한 달간 보여준 뜨거운 투혼의 가치를 결코 훼손할 수 없었다. 져도 부끄럽지 않은 패배, 완벽하지 않아도 기꺼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국민의 팀, 지난해 월드컵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끝내 볼 수 없었던 '진짜 대표팀'의 모습이 바로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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