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증권가 곳곳에서는 노동조합을 결성한 증권맨들의 시위가 잇따랐다. 내년에 또 한차례의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200여개의 지점을 폐쇄하고 4000여명의 증권맨들을 감원했다.
증권업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겪고 있다. 수년째 박스권을 맴돌고 있는 증시 환경속에서 주요 수익원인 위탁수수료 수입이 급감하고 증권사간의 생존경쟁도 이전보다 치열해지면서 업계 내부적으로 위기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때문에 한때 고액 연봉을 받는 화이트칼라라는 이유로 취업준비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증권맨들의 사기도 크게 저하된 상태다.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요즘 증권업계 전반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증권맨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버거운 상황"이라며 "이제 증권맨은 화이트칼라의 상징이 아닌 생존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노동자에 불과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올해 생존능력이 줄어든 증권사 2곳(애플증권, BNG증권)이 자진 폐업하는가 하면 증권사들간의 합종연횡이 잇따랐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 합병사인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 등 인수합병을 감행한 증권사들이 오랜 기간동안 사용했던 문패를 과감히 바꿔달았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증권사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지점 통폐합과 인력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4월에 대형사 중에서 삼성증권이 무려 480여명을 감원해 증권가에 충격을 줬다. 대형사의 구조조정 여파는 도미노 현상처럼 이웃 증권사들로 퍼졌다.
지난 9월에는 현대증권이 400여명을 감원했고, 대신증권도 올 상반기에 희망퇴직을 실시해 500여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올들어 공격적으로 인원감축과 지점통폐합에 나선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대신증권 등의 3분기 실적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추가적인 인원감축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여의도 증권사 곳곳에서는 천막과 컨테이너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내년에도 고강도의 구조조정 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된 탓이다.
회사 건물 내부에서 시위를 허가받지 못한 노조원들은 추운 날씨에도 회사앞 거리에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무노조 경영을 해온 증권사에도 노조들이 잇따라 생겼다. 올 초에 창립 53년만에 대신증권에 노조가 결성돤데 이어 HMC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4곳에서 잇따라 노조가 설립됐고 투쟁을 이어갔다.
HMC투자증권 노조측은 회사측이 지난 4개월간 직원들을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불법적인 부서배치 전환을 감행한 것이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인사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400명여명을 감원한 현대증권에서는 감원 대상 직원에게 사내 메일로 해고 통지를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대신증권은 증권사 중 유일하게 복수노조가 결성됐지만 이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신증권은 노동조합과 첫 단체교섭을 타결했다고 밝혔지만 다른 노조측은 이같은 내용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증권 노조 관계자는 "대표교섭 노조가 사측과 합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노조타결 관련된 내용은 수긍할 수 없다"며 "이번 타결 내용가운데 희망퇴직이나 대규모 구조조정시에 직원들에게 위로금을 조금 더 얹어주는 퇴직금 특례 내용이 있는데 이는 회사측이 명백하게 구조조정을 염두해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에도 증권업의 경쟁력은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내년 증권사의 수익이 크게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한 지점 축소나 인력 감축 등이 또 한차례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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