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에 이어 이번에는 2부리그에 강등됐다는 이유로 축구단 해체까지 거론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경남FC)까지 정치인 구단주들이 위험한 행보를 그리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프로축구계 안팎에서 일부 정치인 구단주들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판정불만을 빌미로 축구계를 비리의 온상으로 매도하면서 프로축구연맹의 합당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진 징계에도 불만을 품고 법위에 서려는 이재명 성남시장(성남FC 구단주)에 이어 이번에는 2부리그에 강등됐다는 이유로 축구단 해체까지 거론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경남FC)까지 위험한 행보를 그리고 있다.
이런 행보는 30여 년간 축구인과 팬들이 피와 땀을 흘려 키워온 프로축구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구단주라는 자리를 일시적으로 위임받았다고 하지만, 구단의 근본적인 주인은 시-도민, 더 나아가 축구팬들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구단의 존폐를 함부로 운운하거나, 축구계 질서와 원칙마저 부정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는 ‘월권’이라는 지적이 끓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심판판정에 대한 불만을 프로축구계의 구조적 비리와 연관시켰고, 과거의 승부조작과 관련된 의혹까지 끌어들이며 '선악 프레임'을 짰다. 2부리그에 강등되면 ACL 출전권을 반납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등 구단주로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될 무책임할 발언까지 내뱉었다.
정작 프로연맹으로부터의 상벌위 소집 결정이 나자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은근슬쩍 발을 빼는가 하면, 기자회견과 SNS를 통해 자신을 축구계라는 강자에 '핍박받는 약자'인 것처럼 포장했다. 자신의 발언과 아무런 상관없는 성남 시민까지 끌어들여 ‘축구연맹vs성남시’ 대립구도처럼 본질을 호도하기도 했다.
막강한 정치인 구단주 눈치를 보기에만 급급한 축구계의 소극적 대응도 이 시장의 폭주에 적절한 제동을 걸지 못했다. 명백히 근거 없고 경솔한 발언으로 축구계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상벌위는 '경고'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만 내렸다. 이는 사실상 이 시장 위협에 굴복해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기세등등한 이 시장은 경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론몰이로 주도권을 움켜쥐고 나니 이제는 축구연맹이 정해놓은 질서나 규정 따위는 무시해도 상관없다는 안하무인의 행동이다. 이는 앞으로도 구단주들이 자신의 지위를 앞세워 무소불위의 언행을 해도 제어할 수 없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다.
홍준표 지사의 행태는 이보다 더 심하다. 형식적으로나마 최소한 '축구계를 위해서'라는 명분이라도 제시했던 이 시장에 비해 홍 지사는 강등되자마자 구단 해체 가능성을 언급하는 무서운 행보로 축구팬들을 위협하고 있다.
강등제는 축구계의 오랜 숙원이었고,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감수해야할 공통의 질서다. 물론 강등되어서 기쁠 프로팀은 없다. 그러나 내가 강등됐다고 팀을 운영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판을 깨겠다는 의미다. 이는 축구 자체나 경쟁구단과의 동업자의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사정만 내세우겠다는 무한 이기주의에 가깝다.
그것도 수익만 강조하는 기업 오너가 아닌, 시도민들의 민심을 대표해야할 정치인 구단주가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다는 자체가 충격이다.
물론 경남이 당장 팀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홍 지사도 특별 감사를 통해 팀의 존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팀의 강등으로 상처받은 선수단과 팬들을 위로하지는 못하고, 감정에 치우쳐 해체를 운운하는 경솔한 발언은 구단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시도민 구단은 잠시 축구팬들을 대신해 구단 운영을 대신 위탁받은 자리다. 구단주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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