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배영수·박용택…FA 행보 어디서 엇갈렸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2.04 11:17  수정 2014.12.07 08:12

전성기 지속 중인 박용택, 옵션 없는 거액 계약

부상 후 뚜렷한 하락세 배영수는 한화행 선택

엇갈린 FA 행보를 보인 박용택-배영수. ⓒ LG/삼성

올 시즌 프로야구 FA 시장 개막을 앞두고 거취에 관심이 쏠린 두 선수가 있었다. 바로 박용택(35)과 배영수(33)가 그들이다.

이들은 각자 소속팀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프로야구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한 전설들로 추앙받는다. 데뷔 후 꾸준하게 활약을 펼쳤고, 한 번 얻기도 힘들다는 FA 자격을 벌써 두 번째 맞이했다. 물론 30대 중반이라는 적지않은 나이로 인해 대형 계약은 불투명해보였다.

그러자 LG와 삼성팬들이 발 벗고 나섰다. 먼저 LG 팬들은 구단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박용택의 잔류를 바라는 청원에 나선 바 있다. 삼성팬들은 아예 신문 광고에 ‘동고동락,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라는 글귀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두 레전드의 행보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박용택은 지난달 26일 4년간 50억원의 대형계약으로 LG 잔류에 성공했지만, 삼성과 합의점을 찾지 못한 배영수는 끝내 한화와 3년간 총 21억 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뛰어든 배영수는 박용택보다 프로경력이 2년 많지만 2살이나 어리다. 또한 배영수는 FA 시장에서 비교적 좋은 대접을 받는 선발 투수 자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계약의 규모가 달라졌을까.

FA 계약은 그동안의 노고를 보상해주는 보너스가 아니다. 현재의 기량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책정해 주는 것이 FA 계약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성적은 그저 참고치일 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FA 대박은 곧 노후보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FA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시각은 한정적이었다. 자격을 얻기까지 너무도 긴 시간,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등이 이유였다. 구단들 역시 계약을 마치고 나면 “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라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자연스레 ‘FA 먹튀’들이 발생했다.

그러자 구단들은 FA 실패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옵션을 책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다. 체계적인 관리 속에 현역 수명이 늘어난 선수들도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FA를 위해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은 2010년, 소속팀 LG와 4년간 최대 34억원의 첫 번째 FA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플러스 인센티브가 과도하게 책정된 ‘반쪽 대박’이었다.

박용택의 보장금액은 총액의 50%도 안 되는 15억 5000만원(계약금 5억원+연봉 3억5000만원)이며, 나머지 18억 5000만원은 옵션으로 책정됐다. 옵션 내용은 비공개였지만, 박용택의 3년간 기록을 평균화해 경기 수, 타율 등에 따라 플러스-마이너스 옵션을 부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용택은 대부분의 옵션을 충족시켰다. 지난 4년간 타율 3할을 꼬박 기록한 박용택은 매년 100경기 이상 출장했고, 팀 내 베테랑으로서의 역할도 충분히 다하는 무형의 가치 부분에서도 빛이 났다. FA 계약의 성공적인 사례가 된 LG는 옵션을 아예 빼버리고 50억원을 안겼다.

반면, 배영수는 앞으로의 가능성, 포지션의 한계, 그리고 팀 상황 등 여러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데뷔 때부터 너무 많은 공을 던진 배영수는 2006시즌 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퇴보하기 시작했다. 150km를 넘나들던 예년의 구위는 사라졌으며 2012년과 2013년, 각각 12승 및 14승으로 부활하는 듯 했지만 올 시즌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고 말았다. 삼성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액의 계약규모를 내밀기 어려웠다.

야구에서 투수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소모품이라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투수들은 20대에 전성기를 맞이하며 큰 부상이라도 한 번 경험한다면 기량저하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반면, 타자들의 경우 전성기가 훨씬 늦게 찾아오는 편이며 페이스 추락 속도도 훨씬 더딘 편이다. 배영수와 박용택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시스템 야구의 선봉장인 삼성은 타 구단에 비해 대체 자원이 풍족한 팀이다. 올 시즌 8승 6패 평균자책점 5.45로 부진한 배영수가 선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여전히 쓸만한 기량임에도 이적을 선택한 권혁도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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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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