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의 놀라운 마법 '인터스텔라'

부수정 기자

입력 2014.11.09 10:03  수정 2014.11.09 11:00

'인셉션'·'다크 나이트 라이즈' 이어 흥행

주연 매튜 맥커너히·앤 해서웨이 연기 호평

크리스토퍼 감독의 영화 SF '인터스텔라'가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 이번에도 통했다. 그가 연출한 SF 영화 '인터스텔라'가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예매율은 80%까지 치솟았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전날 관객 68만3979명을 모아 누적 관객 125만6966명을 기록했다.

실시간 예매율은 무려 82.4%에 육박한다. 박스 오피스 1위였던 스릴러물 '나를 찾아줘'(3.1%)와 국내 신작 '패션왕'(4.3%) 등은 '인터스텔라'의 쓰나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인터스텔라'는 할리우드 거장 놀란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그는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가상의 도시인 고담을 배경으로 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는 관객 639만명을, 꿈 속 세상을 그린'인셉션'(2010)은 590만명을 불러 모았다.

이번에 내놓은 '인터스텔라'는 세계 경제가 붕괴한 미래를 배경으로 인류를 구하고자 우주로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우주의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가는 시공간의 틈인 웜홀(worm hole)을 통해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손의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머지않은 미래. 전 세계적인 식량 부족으로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다. 정부는 무능력하고 경제도 붕괴된 지 오래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해체됐고 먹을 거라곤 옥수수뿐이다. 과학자보다 농부가 더 중요한 세상이 됐다.

한때 1등 파일럿이자 엔지니어인 쿠퍼(매튜 맥커너히)도 옥수수농장 일꾼 신세. 그러던 중 좌표를 읽고 비밀리에 숨겨진 미국항공우주국을 찾아낸다. 그곳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걸 알게 된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탐사를 떠난다.

제작비가 1억6500만 달러(약 1700억원)나 들었을 만큼 스케일이 크다. 놀란 감독은 '인터스텔라'를 디지털이 아닌 35㎜ 필름으로 촬영했다. '영화는 곧 필름이며 필름이 곧 영화'라는 굳은 신념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감독의 영화 SF '인터스텔라'가 국내 극장가를 장악하며 흥행몰이 중이다.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터스텔라'에서 보여주는 우주는 거대하다. 이론으로 존재하는 웜홀과 화성, 토성 등의 행성,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의 내부를 화려한 시각효과로 담았다. 67시간의 낮과 67시간의 밤이 있는 행성, 5차원 공간 등 누구도 보지 못한 '미지의 우주'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얼음만 남은 행성에서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는 장면과 광활한 우주 풍경은 입이 떡 벌어지게 한다. 다른 은하계에서 보낸 1시간이 지구에선 7년이라는 설정과 쿠퍼가 몇 시간 만에 23년을 흘려보낸 장면은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비주얼도 뛰어나지만 배우들의 연기 역시 흠잡을 데 없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가 주인공 쿠퍼 역을 맡아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분했다. 특히 쿠퍼가 23년간 쌓인 가족의 영상 메시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놀란 감독과 함께한 앤 해서웨이는 쿠퍼의 동료 아멜리아 역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에 어울리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캐릭터를 소화했다. 극 중반부에 등장하는 맷 데이먼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영화에는 웜홀, 상대성 이론 등 어려운 과학 지식이 나오지만 영화를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놀란 감독과 함께 각본을 쓴 그의 동생 조나단은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 4년간 대학에서 상대성이론을 공부했다.

외로운 여행을 선택한 쿠퍼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족이다. 이는 영화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인류를 구하려는 것도 다시 만날 가족을 위해서다. 놀란 감독은 어렵고 복잡한 우주 여행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족애라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족을 위하는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가슴 뭉클하게 느껴진다.

영화는 169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을 순식간에 흔들어놓는다.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