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1월 A매치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화두는 역시 박주영의 발탁이다. 박주영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극도의 부진으로 대표팀 조별리그 탈락의 요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면서 박주영을 무리하게 발탁했던 홍명보 전 감독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박주영의 월드컵 참가가 논란이 됐던 이유는 소속팀에서의 출전 기회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날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자 2부 리그 왓포드로 임대이적을 떠났다. 하지만 새 둥지에서도 박주영의 자리는 없었다. 그럼에도 홍 전 감독은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며 박주영을 무리하게 발탁했고, 결과는 불명예 퇴진이었다.
급기야 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지 못해 선수 생활 자체에 위기가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중동 팀으로 이적한 박주영은 데뷔전에서 화끈한 결승골을 터뜨렸지만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기도 세리머니’를 잃고 말았다.
박주영을 발탁한 슈틸리케 감독도 논란을 의식한 듯 “통역을 거치지 않았지만, 무슨 질문을 할 지 이미 알고 있었다”며 “박주영은 10년 전 K리그 스타이자 최고의 공격수였음을 알고 있다. 그의 선발을 놓고 찬반 논란이 매우 뜨거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박주영을 선발한 것은 아시안컵 최종명단을 내놓기 전 마지막으로 활약을 볼 수 있는 기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라며 “알 샤밥 입단 후 경기 출전시간을 늘리고 골을 넣기도 했다. 그러나 박주영에 관한 정보를 듣는 것 만으로는, 아시안컵 소집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기량을 확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며 박주영을 선발한 슈틸리케 감독 역시 나름의 확실한 원칙과 이유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모든 선수에게 고른 기회를 주겠다는 긍정적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박주영은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기회를 얻고 있으며 골까지 기록,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제 관심은 박주영이 슈틸리케 감독에게 어떤 모습으로 어필할지의 여부다. 그가 가진 기량만큼은 현역 선수 중 단연 돋보인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영은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서 보란 듯이 골을 기록한 바 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한다’는 지극히 평범한 논리를 입증함과 동시에 박주영 희망고문의 절정을 찍은 시점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그를 전격 발탁했다. 과거에도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존재감을 발휘해 온 박주영이 중동서 모래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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