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 7전 전승, 기적 같은 반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4.10.03 15:37  수정 2014.10.03 23:29

단 1점도 내주지 않은 채 AG 전승 우승

최약체 혹평 속 출발, 악조건 딛고 놀라운 성과

이광종 감독이 한국 축구를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에 올려놓으며 새로운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국 축구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7전 전승, 무실점 기록을 남기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남자축구 결승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연장 후반 추가시간 임창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아시안게임 사상 28년 만에 금메달을 따냈다. 특히 전승과 무실점의 기록은 다시 나오기 힘든 놀라운 성과였다.

한국은 1986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번번이 결승 문턱에서 좌절한 바 있다. 아시아 최강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이지만 그만큼 정상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항상 예상치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게 단기 토너먼트다.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8강에서 개최국 일본을 3-2로 격파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4강전에서 일방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중거리 슛 한 방에 무너졌다.

1998 방콕 아시안게임에서는 9명으로 싸운 태국에게 장거리 슛 한 방에 무릎을 꿇었으며, 2002 부산 아시안게임 4강 이란전에서 승부차기 불운에 울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역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각각 이라크, UAE에게 예상치 못한 역습 한 방을 맞으며 탈락했다.

심지어 이번 대회에는 특출 난 스타플레이어 마저 없는 상황이었다. 윤일록은 조별리그 부상으로 일찌감치 전력에서 제외됐고, 레버쿠젠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은 소속팀 반대로 인해 와일드 카드로 선발하지 못했다. 김신욱 역시 부상으로 토너먼트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빽빽한 경기 일정도 선수들을 괴롭혔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3일 간격으로 치러지더니 8강전부터 결승까지 2일 만에 경기에 나서야 했다. 18명의 엔트리에서 가용 자원은 충분치 않았고, 선수들 모두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다. 매 경기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를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우승할 자격은 충분했다. 선수들 모두 자신들이 보유한 기량에서 100% 이상을 발휘했으며, 부족한 기량을 메꾸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몸을 불살랐다.

전 포지션에 걸쳐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해낸 결과다. 우승을 위해서는 수비가 강해야 한다는 게 정설인데 한국은 단 한 차례도 상대에게 골을 허락하지 않았다.

와일드 카드로 출전한 김승규 골키퍼는 매 경기 눈부신 슈퍼 세이브로 팀 동료들에게 신뢰를 줬고, 주장 장현수의 포백 라인 컨트롤은 완벽했다. 이에 김민혁이 장현수와 더불어 중앙을 굳건하게 블록을 구축했으며, 좌우에서 김진수와 임창우가 왕성한 활동량으로 측면을 지배했다. 임창우는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는 결승골로 히어로가 됐다.

더블 볼란치 박주호와 손준호의 보이지 않는 헌신도 우승의 원동력이었다. 2선에서는 이재성, 김영욱, 김승대, 안용우 등이 활약했으며 김신욱의 부상으로 부담을 안고 원톱 역할을 수행한 이용재도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이광종 감독의 지도력이 더해졌다. 사실 대회 전 이광종호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했다. 기본적인 멤버 구성부터 감독의 지도력까지 질타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이번 대표팀을 역대 아시안게임 최약체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서서히, 그리고 아주 의미 있는 변화를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이광종 감독은 4년간 대표팀을 지휘하며 한국축구에 값진 성과를 남겼다. 2011 U-20 월드컵에서 한국을 16강에 올렸으며, 2013 U-20 월드컵에서는 우승후보 콜롬비아를 격침하는 등 8강으로 이끌며 파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미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었던 이광종 감독은 맞춤형 전술로 이번 아시안 게임에 나섰고, 결과는 해피엔딩이었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지만 실리 축구로 기적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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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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