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1일 잠실구장서 열릴 예정이던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전이 우천으로 취소돼 쉬었지만, 같은 날 4위 두산이 삼성에 1-5로 패하며 4위가 됐다.
비록 남의 불행(?) 덕에 맛본 어부지리였지만 과실은 충분히 달콤했다.
경기 전날까지 4위를 유지하던 두산은 2연패로 44승53패가 되며 승률이 0.453으로 떨어져 6위로 추락, 경기가 없었던 LG가 46승1무55패로 승률 0.455로 한 계단 점프해 4위가 됐다. 휴식일이었던 롯데는 45승1무54패 0.455의 승률로 5위를 유지했다. 3개팀 모두 승차 없이 승률만으로 순위가 갈렸다.
시즌 초반을 생각하면 LG의 4위 ‘등극’은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LG는 양상문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올 시즌 10승 1무 23패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출발했다. 순위는 꼴찌였고 김기태 전 감독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시즌 초반 자진 사퇴했다.
양상문 감독 부임 이후 한 달 만인 6월 12일 탈꼴찌에 성공했지만 4강과의 격차는 무려 9.5게임이었다. 이 격차는 6월까지도 좁혀지지 않았고, LG의 4강은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7월부터 LG에 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불과 2개월이 채 안 되어 9게임차를 따라 잡았다. LG는 7월 13승(7패)을 기록, 넥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월간 승률을 올렸다. 비슷한 시점에 4강 경쟁팀들이 모두 하락세에 빠진 것도 분위기 반전에 영향을 미쳤다.
LG는 8월 들어 6승7패로 다소 주춤하다. 하지만 롯데가 2승10패로 극도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두산 역시 5승8패로 LG보다 오히려 못한 성적이라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또 21일 우천 휴식은 LG에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전날 넥센전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하며 2-5로 패한 뒤라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전날까지 넥센 다음으로 많은 102경기를 치르느라 체력적 부담도 있었다. LG로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휴식을 취하며 두산의 패배 덕에 생각지도 못한 4위가 됐다.
올 시즌 프로야구 4위팀은 5할 승률 미만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LG의 승률 0.455는 프로야구 역대 최저승률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기록으로 남아있는 2001년 한화(0.473)보다도 낮다. LG가 기적적으로 4강에 오른다면, 4강 싸움 하향평준화의 최대 수혜자가 된다.
물론 4강은 확정되지 않았다. 4위부터 8위 SK까지의 승차는 불과 2게임. 언제든 LG가 다시 8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다. 1일 천하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자력으로 가을잔치에 나갈 자격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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