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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비용 430억, 송파세모녀 2억명 살릴 수 있다


입력 2014.08.09 09:58 수정 2014.08.09 10:23        조성완 기자

<국민적 낭비 재보선 점검①-기회비용 갈등비용까지>

개인적 사유로 공석된 선출직을 혈세 들여 1년에 4번까지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에서는 재보궐선거가 당연시되고 있다. 지난 2001년 이전에는 많게는 1년에 4번까지 재보선이 치러졌으며, 2001년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 1년에 2번씩 치러지고 있다.

원인도 다양하다. 선출직 공직자가 선거법상 당선무효형에 처해지거나, 다른 선출직에 출마를 하기 위해 사직하는 경우가 있다. 또 사망으로 인해 재보선이 치러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빈번하다.

중요한 것은 재보선이 치러질 때마다 소요되는 비용이 국민의 혈세로 부담된다는 것이다.

보통 국회의원 재보선의 경우 1명당 10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7·30 재보선의 경우 5일 현재까지 140억원 정도의 비용이 사용됐으며, 향후 행정과정에 따른 추가 지출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 재보선에 사용된 비용에 따른 기회비용 등을 두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재보궐선거 원인은 사망과 사직, 당선무효 등 개인적 사유가 대부분

재보선이 치러지는 이유는 크게 선출직 공직자의 △사망 △사직 △당선무효형 등 크게 3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사직의 경우 국회의원이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거나 그 반대로 지방단체장이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기현 울산시장과 박맹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인 예다. 김 시장은 6·4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으며, 박 의원은 울산시장직을 사퇴했다. 결국 김 시장은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박 의원은 7·30 재보선에서 김 시장의 지역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각각 당선됐다.

지난 2004년 6·5 재보선은 이 같은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해당 선거는 광역단체장 4명, 기초단체장 19명, 시도의원 38명, 기초의원 보궐선거 53명 등으로 역대 재보선 사상 최다 규모로 치러졌다.

지난 2009년 4월 22일, 경주시 안강읍 안강성당 옆 골목에 붙여진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포스터 앞을 강아지 한마리가 지나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2009년 4월 22일, 경주시 안강읍 안강성당 옆 골목에 붙여진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 포스터 앞을 강아지 한마리가 지나며 알듯 모를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광역·기초단체장 23명 가운데 12명이 17대 총선출마를 위해 사직했으며, 6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했다. 광역의원 38명의 경우 전원 사직을 했으며, 기초의원 53명의 경우는 당선무효와 사망 및 사직 등이 골고루 나타났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이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국회의원 재보선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는 이번 7·30 재보선의 경우 총 15곳 가운데 10곳이 6·4 지방선거 광역자치단체장 출마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10년 7·28재보선도 총 8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가운데 6곳이 지방선거 출마로 인한 사퇴가 원인이었다.

국회의원 1명 다시 뽑는 비용은 약 10억원의 혈세 소요, 그 책임은?

재보선에 따른 막대한 비용도 문제다.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도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국민들의 혈세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회의원 30명을 다시 뽑는 데 소요된 선거경비 집행액은 약 290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2009년 약 108억원(10건) △2010년 약 87억원(8건) △2011년 약 36억원(6건) △2013년 약 60억원(6건) 등이다. 1명당 평균 10억원의 혈세가 소요된 셈이다.

총선과 재보선을 연결시켜 볼 경우 그 비용은 더욱 불어나게 된다.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19대 총선 비용은 총 903억여원이다. 이후 2013년까지 6차례 재보선을 통해 29억여원이 추가로 소요됐고, 올해 7·30 재보선 비용 140억여원을 합치면 현재까지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든 비용은 약 1072억원이다.

이번에 재보선이 실시된 전남 순천·곡성의 경우 지난 2012년 4월 당시 김선동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해당 지역에서 당선되면서 선거비용 최대보전 금액인 2억 3100만원을 되받았다. 하지만 ‘총포, 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했고, 그 결과 약 12억원이 재보선 비용이 추가로 사용됐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결국 순천·곡성의 선거구는 19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데 14억원 이상을 소요하는 셈”이라며 “이로 인해 초래되는 정치적, 사회적 피해 및 물질적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금전 비용이 문제가 아니다. 손실된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하나?

단순히 선거 비용으로 소요되는 금전의 문제만이 아니다. 해당 비용으로 인해 포기되는 다른 정책에 대한 기회비용과 추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적 비용까지 포함하면 재보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어마어마할 정도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재보궐선거 비용은 총 430억원가량이다. 이는 긴급복지제도(2013년 기준)에 따라 약 2억1500만명(대도시 1인 기준)에게 약 200만원의 긴급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해당 제도는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유지조차 힘든 저소득 위기가구에 생계비·의료비·주거비·시설비·전기료·해산장례 보조비·연료비·교육비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신속하게 직접 지원해 위기상황에서 조기에 벗어나도록 돕는 사업이다.

지난 2월말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모녀가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을 집주인에게 남긴 채 동반 자살한 ‘송파 세모녀 사건’도 긴급지원제도만 빨리 알았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을 남길 정도다.

단순 금전적으로만 계산해 볼 경우 재보선 비용 430억원은 송파 세모녀처럼 어려움에 처한 서민 2억여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산술적인 추산이 불가능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재보선의 경우 ‘미니총선’급으로 치러지면서 정치권의 모든 총력이 집중됐다. 자연스레 국회가 존재하는 최대 이유는 입법활동은 중단됐으며, 오히려 공천으로 인한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했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과 국조특위는 사실상 관심사에서 멀어지면서 당초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실장은 “평균 10억이라는 막대한 선거 비용 및 국민부담 등 재보선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이 몇 십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잦은 재보궐선거로 인한 정치적, 사회적 비용 그리고 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사례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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