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미국]로멜루 루카쿠가 미국전 연장전에 교체 투입돼 1골 1도움을 기록, 벨기에의 2-1 승리를 이끌었다.(MBC 방송 캡처)
‘독기 품은’ 로멜루 루카쿠(21)가 분노의 슈팅으로 팀 하워드를 뚫었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45)이 이끄는 벨기에는 2일(한국시각) 사우바도르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16강전에서 미국에 2-1 승리했다. 벨기에는 연장 3분 케빈 데 브루잉의 선제골과 연장 15분 루카쿠의 결승골로 줄리언 그린이 한 골을 만회한 미국의 추격을 뿌리쳤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루카쿠였고, 조연은 팀 하워드다. 팀 하워드는 벨기에의 17개 유효 슈팅 중 16개를 쳐냈다. 에당 아자르, 케빈 미랄라스 등의 결정적인 슈팅을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두드리면 열린다고 했던가. 연장전에 투입된 루카쿠가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팀 하워드가 지킨 미국 골문을 열어젖혔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조별리그 내내 침묵하던 루카쿠가 16강에서 기사회생하며 조국을 8강으로 이끌었다. 루카쿠는 월드컵 준비 기간 자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평가전서 발군의 기량을 펼쳐 조별예선 상대팀(한국, 알제리, 러시아)마저 긴장하게 했다.
그러나 막상 월드컵이 시작되자 루카쿠는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내심 득점왕까지 욕심내던 루카쿠는 알제리와의 1차전에서 단 1개의 유효 슛도 기록하지 못한 채 후반 교체됐다. 러시아와의 2차전에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루카쿠는 후반 12분 만에 오리기와 교체돼 나갔다. 공교롭게도 오리기는 러시아전서 결승골을 터뜨려 만년 후보 설움을 씻었다.
루카쿠는 자신의 경기력에 실망했는지 분열 조짐까지 보였다. 자존감은 땅에 떨어졌고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급기야 훈련 도중 케빈 미랄라스(27)와 주먹다짐까지 갈 뻔했다. 결국, 빌모츠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했다. 한국과의 3차전에서 루카쿠 대신 오리기에게 선발 기회를 줬다.
부진했던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29)이 그랬던 것처럼 루카쿠를 향한 벨기에의 여론도 점차 악화돼갔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후보로 밀린 루카쿠는 ‘독기’를 품었다. 그 결과가 미국전 1골 1도움이다. 미국과의 경기 전 빌모츠 감독과 면담까지 한 루카쿠는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조별리그 부진은 의욕이 과했던 탓이다.
빌모츠 감독은 미국전에서 루카쿠에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
연장 시작과 함께 오리기 대신 루카쿠를 투입했다. 루카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연장 전반 3분 만에 브루잉의 선제골을 도왔다. 힘을 뺀 유연한 드리블 돌파가 돋보였다. 이어 연장 후반, 발목을 활용한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미국의 팀 하워드 골키퍼는 90분 동안 잘 막았지만, 루카쿠의 분노어린 슈팅은 막지 못했다.
‘독기 품은’ 루카쿠의 월드컵은 지금부터다. 6일 열리는 벨기에-아르헨티나 8강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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