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남북전쟁은 '통합' 한국의 6.25는 '분열' 왜?

김수정 기자

입력 2014.06.25 08:43  수정 2014.06.25 10:27

추모와 자긍심을 가르치는 미국 이념따라 달라지는 한국

"휴전중이라 해도 통합적 가치 부각시키는 역사교육 절실"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24일 오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진명산 6.25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해 발굴된 유해에 태극기 봉정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근대사의 슬픔이자 민족 분단의 참극인 6·25 전쟁이 발생한지 올해로 64년이 지났다.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 오전 4시경 38선 여러 지역에서 북한의 공세와 함께 시작된 전쟁으로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군인 포함 142만명의 인명 피해를 내고 국토를 피폐화시킨 비극이다.

하지만 이 전쟁의 원인이 북한의 공세로 인한 ‘남침’이라는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좌파진영에서는 여전히 미국이 6·25 전쟁을 도발했다는 수정주의를 고수하는 등 우리사회 내 이념갈등만큼이나 역사관의 대립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 교육을 통해 6·25 전쟁을 배우고 이날을 기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보다 우리의 아픈 과거와 호국 영령들의 나라사랑정신,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과 선진 강국의 기틀을 다짐으로써 국가 발전의 초석으로 삼기 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선열의 충절을 추모하는 6·25 전쟁을 제대로 알고 있는 청소년들이 줄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국보훈’이라는 핵심 가치보다는 일종의 정치·이념 사건으로 치부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절반 이상이 6·25 전쟁이 언제 발발했는지 잘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성인들도 35.8%는 6·25 전쟁 발발년도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6·25 전쟁에 대한 무관심한 풍토가 만큼이나 아직도 이 전쟁의 발생 원인이 ‘남침’이라는 분명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각에서 ‘북침’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혼란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는 있지만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체성 확립에 근간이 되는 역사교육이 통합되지 못한다면 현재의 우리사회의 이념적 양극단 현상이 고착화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달리 미국에서는 역사적 사안마다 학자나 교사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는 하지만 역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통합’ ‘애국’ ‘자유’의 가치만큼은 통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최근 미국에서도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로 5월 마지막 월요일에 기념)나 남북전쟁 역시 잊혀져가고 있다는 개탄도 나오고 있지만 미국인들 대부분의 경우 이 날의 의미와 명칭, 날짜에 대해서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실태와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거주하는 이민 2세 A양(25)은 “솔직히 미국에서도 남북전쟁이나 메모리얼 데이를 특별히 추모하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다”며 “특히 요새는 그저 휴일 또는 바비큐 먹는 날로 치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밝혔다.

A양은 이어 “다만 해당 기념일을 모르는 미국 학생들은 거의 없다”며 “미국은 태생적으로 역사가 짧고 다민족 국가로 이뤄졌기 때문에 올바른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해 역사교육에 공을 들인다. 따라서 이 날을 추모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지만 적어도 무슨 날인지는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리노이 주에서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모씨(31)도 “미국 친구들의 역사의식이 특별히 한국보다 투철하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미국인들은 역사교육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끊임없이 ‘통합’ ‘미국적 영웅’ ‘자유’ ‘세계 1위 국가’ 등의 국가관을 끊임없이 심어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국에 대한 내재된 자긍심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가령, 미국 친구들은 같은 미국인들끼리 있을 때는 미국에 대한 비판의식을 여과 없이 드러내지만 다른 나라 친구들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면서 “솔직히 일부 자국 우월주의의 의식을 드러내는 미국 친구들의 태도는 불편하지만 자국에 대한 자긍심을 밑바탕으로 역사를 바라보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에서도 ‘통합된 미국(United of America)’이라는 가치를 고수할 수 있던 것 같다. 그것이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즉, 미국은 문화, 역사, 학문의 다양성은 자유롭게 인정하고 존중하되, 국가의 근본적 가치인 ‘통합의 미덕’만큼은 이념과 계층을 불문하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능위주의 주입식 교육문화로 인해 역사교육에 중요도가 부각되지 못할뿐더러 역사교과서 논란 등 역사적 사안마다 이념적 해석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어 이를 전달하는 교사들의 부담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A초등학교의 교사 선모씨(30)는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맹점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역사교육의 기조도 시시각각 변한다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참여정부 시대에는 사회시간마다 ‘햇볕정책’을 강조해서 가르쳤는데 이번 정권에는 ‘통일의 당위성’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 씨는 이어 “더욱이 역사 교육은 통상 교사 개인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할당되는 역사수업의 비율이나 질, 방향도 전적으로 교사의 몫”이라며 “통합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해도 교사의 해석에 따라 역사교육이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학력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역사에 대한 아이들이 관심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점”이라며 “물론, 과거 강압적으로 주입식 역사교육을 받았던 우리 때와는 달리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표현하는 태도는 반길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에 대한 접촉면이 줄어드는 만큼 일종의 ‘애국심’이나 끈끈한 ‘연대의식’은 확실히 덜한 것 같다. 역사교육을 더 확대시켜 이 같은 부족분을 채우는 것부터가 순서”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무관심과 이념갈등 속 방황하는 역사교육

이처럼 6·25전쟁을 포함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해석이 정권의 교체마다 달라지고, 교육의 할당량도 점점 줄고 있어 통상 우리가 역사교육을 통해 가꿔야할 통합적 국가관의 구축도 힘든 실정이다. 더욱이 이 같은 풍토가 계속해서 이어질 경우 현재 우리사회가 직면한 이념갈등 문제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강규형 명지대 기록정보과학대학원 교수는 “역사교육의 부재보다는 하나로 모이지 않는 국가관이 더 심각한 문제”라며 “6·25만 해도 이것을 오도하는 역사관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같은 뜻으로 선열들의 뜻을 기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이제라도 근본적으로 올바른 역사교육관 성립이 필요하다”며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 정체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고, 잊혀져가는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도 “물론, 미국의 남북전쟁은 종결됐기 때문에 ‘통합’의 가치를 더욱 부각할 수 있었던 반면, 우리는 여전히 휴전중인 만큼 6·25전쟁에 대한 평가가 갈릴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역사 교육의 핵심은 지난날에 대한 과오는 인정, 반성하고 개선하되 우리가 지금까지 발전하도록 기여한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고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오 원장은 그러면서 “비단, 역사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사회가 통합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사관의 통일도 분명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며 “비판을 위한 역사적 이념 갈등이 아닌 발전을 위한 사회적 역사교육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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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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