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은 우승도 볼거리이지만, 축구 명장들이 갈고 닦은 ‘전술’들을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즉,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통해 앞으로 세계 축구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게 된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빗장수비)를 비롯해 이를 깬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 그리고 오렌지군단을 무력화시킨 리베로 전술의 전차군단 독일 등은 과거 세계 축구를 호령했다. 또한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일명 ‘티키타카’로 무장한 스페인이 정상에 우뚝 섰다.
전술이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이번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B조 조별리그 경기는 매치업의 이름값만큼 축구의 미래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스페인은 4년 전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펄스 나인(가짜 공격수)이라는 독특한 작전을 들고 나왔다. 다비드 비야와 페르난도 토레스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패스 능력이 훨씬 뛰어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투입했을 때 티키타카의 위력이 극대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비야는 이 대회에서 5골을 성공시키며 우승에 큰 공을 세웠지만 스페인 전술은 펄스 나인을 통해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티키타카는 더 이상 위력적인 전술이 아닌 모습이다. 강력한 압박을 무기로 한 클럽들은 티키타카의 대명사인 바르셀로나를 격침했고 ‘완벽한 전술은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일단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도 티키타카를 기반으로 한 패스 전술을 들고 나올 예정이다. 기량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샤비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알론소의 패스워크는 여전히 세계 최고이며 이들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가된 자원이 바로 디에고 코스타다. 최전방에서 싸워줄 ‘진짜 공격수’ 코스타는 예술의 경지에 이른 질 좋은 패스를 받아 골을 넣기만 하면 된다. 또한 코스타에게 수비가 쏠린다면 빠르고 침투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공격을 마무리 지으면 된다.
티키타카가 지나간 전술이라면, 네덜란드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전술은 미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덜란드 출신답게 압박축구에 능한 판 할 감독은 현대판 토탈사커라 불릴 정도로 조직력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물론 네덜란드는 공격이 강하고 수비가 약하다는 뚜렷한 장, 단점을 지니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로빈 판 페르시를 시작으로 아르연 로번, 베슬러이 스네이데르가 포진한 공격진은 남아공월드컵 때처럼 여전히 건재하다.
문제는 수비다. 네덜란드의 수비진은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젊은 피들이 대거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이들을 이끌 베테랑이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케빈 스트루트만이 부상으로 낙마하자 판 할 감독은 주저 없이 ‘5백’을 선택했다.
다섯 명의 수비수들을 기본적으로 배치하는 이 전술로 수비적 능력이 부족한 스네이데르는 좀 더 공격에 치중할 수 있게 됐으며, 볼 트래핑이 뛰어난 판 페르시도 후방에서 길게 올라오는 볼을 받아 보다 빠른 역습의 가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네덜란드의 압박과 스페인의 탈압박 전술로 관심이 쏠리는 B조 1차전 경기는 14일 오전 4시 사우바도르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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