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일본의 '정교한 패스'에 경의를 표했다. 일본도 한국의 '압도적 피지컬'을 통해 적응력을 키웠다. 유럽 언론은 한일 양국을 가리켜 아시아의 ‘독일 vs 스페인’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라이벌이기 때문에 국제대회에 나가면 서로를 의식했다. 공동 개최한 ‘2002 한일월드컵’에서 두드러졌다.
2002년 6월 14일 오후 3시30분. 일본이 튀니지를 격파하고 사상 첫 16강에 진출하자 ‘월드컵 시한폭탄’은 한국에 넘어왔다.
시한폭탄을 안은 한국대표팀 분위기는 널뛰는 심장박동 속 전의를 불태웠다. 훗날 태극전사들은 “공동개최국 일본이 먼저 16강에 올라 대표팀은 더욱 예민해졌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이 ‘자극제’가 돼 선수들의 투지가 끓어올랐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6월 14일 오후 8시30분, 포르투갈전 1-0 완승이다. 송종국은 루이스 피구에게 단 한 번도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다. 박지성은 그라운드 전체를 누비며 볼 다툼에서 연전연승했다. 자존감 상한 포르투갈 주앙 핀투는 박지성에게 다가가 프로레슬링 하듯 십자꺾기로 퇴장을 당했다.
2002월드컵 성공 이후 한국과 일본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선의의 경쟁 속 ‘시너지 효과’를 냈다. 2010년 6월 22일 오전 8시30분,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제압하고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베이스캠프서 경기를 지켜본 일본 선수들은 찬물을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일본 코칭스태프는 “한국이 일본에 용기를 심어줬다”며 “일본도 아시아 명예를 걸고 반드시 원정 16강을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결과가 6월 24일 오후 8시30분, 덴마크전 3-1 대승이다. 혼다 케이스케, 엔도 야스히토, 오카자키 신지가 연속골을 넣어 일본도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올랐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일본의 성적표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일 양국은 서로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경기를 치른다. 일본이 부진할 경우, 한국은 ‘동기부여’ 요소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된다. 역대 월드컵 성적이 말해준다. 1998프랑스월드컵 당시 한국이 1무 2패로 좌절하자, 일본도 3전 전패로 동반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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