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안녕' 박주호·이명주보다 아쉬운 차두리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4.05.11 10:13  수정 2014.05.12 10:06

4년 전 '마지막 월드컵' 뜨거운 눈물 거두지 못한 아픔

경험 없는 수비라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 기대도 사라져

우루과이에 패해 8강행이 좌절됐을 때 차두리는 뜨거운 눈물을 비 내리는 그라운드 위에 쏟아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지난 8일 국가대표훈련센터(NFC)에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최종엔트리 23명이 발표됐다.

깜짝 발탁도, 깜짝 탈락도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른 한두 명의 오차는 있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힌 박주호(레버쿠젠) 대신 윤석영(퀸즈파크 레인저스)이 발탁된 것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포지션의 김창수(가시와 레이솔)다. 이용(울산현대)과 차두리(FC서울)의 발탁을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홍명보 감독이 박주호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박주호가 엔트리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단 한 명의 오차만 발생한 셈이다.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 많은 언론은 이번 최종 엔트리에 홍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고,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주역들이 대거 포함됐다는 사실을 특징으로 거론했다. 일각에서는 홍 감독이 최종 엔트리 진입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 가운데서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을 더 챙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주영과 같은 발가락 봉와직염을 겪고 있었지만 회복 중이었던 박주호를 빼고 윤석영을 발탁한 부분이나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행진을 이어가던 이명주(포항 스틸러스)를 제치고 박종우(광저우 부리)를 발탁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와중에 이명주는 10일 포항 스틸야드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2라운드 홈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3-1 승리를 견인함과 동시에 K리그 사상 처음으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부상에 말목이 잡힌 박주호나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도 월드컵 대표팀 합류가 무산된 이명주 모두 안타까운 심정은 이루 말을 할 수 없다.

이들보다 더 아쉬움이 커 보이는 선수가 있다. 바로 ‘차미네이터’ 차두리다.

차두리는 4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이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쓰는 데 일조한 주역이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를 맡아 견고한 수비와 질풍 같은 오버래핑 능력을 과시하며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주전 수비수로 활약하는 선수로서의 클래스를 잘 보여줬다.

우루과이에 패해 8강행이 좌절됐을 때 차두리는 뜨거운 눈물을 비 내리는 그라운드 위에 쏟아냈다. 당시 눈물의 의미를 질문에 차두리는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라는 생각 때문에”이라고 밝혀 박지성(PSV 에인트호벤), 이영표(은퇴)와 함께 조만간 대표팀 은퇴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지만 “현역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브라질월드컵에 나서고 싶다. 마지막 꿈”이라고 브라질월드컵 출전의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차두리는 남아공월드컵 직후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에 입단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됐고, 이후 독일 뒤셀도르프를 거쳐 FC서울에 입단해 생애 마지막 월드컵 출전에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차두리는 생애 마지막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게 됐다.

물론 차두리가 대표팀에 최종적으로 발탁되지 못한 데는 34세의 나이와 예전과 같지 않은 몸 상태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차두리는 지난 3월 그리스 아테네서 열린 그리스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출전했던 홍명보호에 발탁됐다가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대표팀 합류가 무산된 바 있다. 그리스전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대부분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것을 봤을 때, 차두리가 그리스와의 평가전에 불참한 것은 최종엔트리 진입에 치명타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차두리의 햄스트링 부상은 고질적이다. 차두리는 지난 2011년 4월 훈련 중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고, 그 다음 시즌인 2011-12시즌 막판이었던 2012년 4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 시즌을 접었다. 2012년 뒤셀도르프 이적 후 차두리는 11월 4일 바이어 레버쿠젠과의 원정경기에서 또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보름간 결장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지난 4년이라는 시간 가운데 대부분을 햄스트링 부상을 안고 선수생활을 이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해보면 차두리 카드를 쉽게 꺼내 들지 못한 홍명보 감독의 생각에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차두리가 최종 엔트리에 발탁이 됐다면 하는 아쉬움은 지울 수 없다. 기량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월드컵 경험이 전무한 홍명보호 수비라인에 '멘토'이자 정신적 지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다.

전적으로 차두리 존재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차두리가 출전했던 두 차례 월드컵(2002 한일월드컵,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이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는 점도 자신감 충전에는 분명 도움이 될 부분이다. 차두리의 부재가 못내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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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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