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세월호 실종자 가족, 슬픔 쏟아낼 '한 평'도 없어


입력 2014.04.23 20:39 수정 2014.04.24 11:19        진도 = 데일리안 윤정선 기자

<현장>칸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외부로부터 감시 받는 느낌

정신치료상담소 방문 4일동안 단 2명, 상담사가 먼저 찾아야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실종자 152명의 생사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실종자 152명의 생사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실종자 152명의 생사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의 DNA 채취 안내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8일째인 23일 오후 실종자 152명의 생사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의 DNA 채취 안내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세월호 참사 특별취재반  
이충재 기자
김수정 기자
백지현 기자
조성완 기자
윤정선 기자
사진 박항구 기자
       홍효식 기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부산스런 현장 분위기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가족들은 눈물이 맺힌 눈을 억지로 감으며 쪽잠을 청해보지만, 통곡 소리와 드나드는 외부인에 이도 쉽지 않다.

몸도 마음도 지친 실종자 가족의 추가 정신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실종자 가족에게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고 정신 상담사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세월호 침몰 사고 8일째인 23일 진도실내체육관 1층에 서울 소재 한 종교단체 사람 10여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마치 쇼케이스에 진열된 상품을 보듯 실종자 가족을 훑어보고 자리를 떴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외부인으로부터 쉽게 노출돼 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실종자 가족은 슬픔을 쏟아내기 위해 체육관 밖으로 나간다. 체육관 안에서 통곡하거나 눈물을 쏟아내려면 2층에 위치한 카메라 기자의 셔터 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밖이라고 마땅한 건 아니다. 체육관 밖을 감싼 여러 자원봉사 단체의 부스는 실종자 가족에게 독립된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머니 한 분은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으로 들어가 눈물을 쏟아냈다.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 체육관 앞에서 주저앉은 채 택시를 기다리던 실종자 가족은 사정을 모르던 트럭 운전사에게 "위험하게 거기서 뭐하느냐"라고 쓴소리를 들었다. 슬픔을 쏟아낼 단 한 평의 공간도 없었다.

실종자 가족이 생활하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1층은 원칙적으로 외부인 출입이 제한돼 있다.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을 포함해 대부분 어떤 제재도 없이 이곳을 왔다 갔다 한다.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명찰은 유명무실이다. 시신이 들어오는 팽목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슬픔 쏟아낼 공간은커녕 외부인에 의한 '감시'… 정신적 스트레스 '가중'

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외부인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체육관에서 정신 상담을 하는 하정미 장신대학교 사회복지상담 박사는 "정신적 충격이 큰데도 실종자 가족은 쉽게 상담을 받으러 오지 못한다"면서 "어수선한 주변 분위기 때문에 정신 상담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종자 가족 사이에선 경찰이 정신 상담한다는 얘기도 떠돈다"며 "실종자 가족 대부분 자신이 감시를 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의료진조차 믿지 못하는 불신의 땅이 된 것이다.

의료지원을 나온 한 의사는 "실종자 가족들 대부분 소화불량이나 불면증을 호소한다"며 "이는 외부인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층에서 실종자 가족의 작은 움직임까지 보인다"며 "이 장소에서 계속 생활하다 보면 정신적 스트레스는 계속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지난 22일 체육관 내 칸막이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가족 측은 "언제까지 이곳에 있으라는 거냐"며 칸막이 설치를 거부해 발표 하루 만에 잠정 보류됐다.

칸막이 설치하고, 전담 심리치료사 붙여야

전문가들은 가족들이 만류하더라도 되도록 이른 시일 내에 칸막이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상철 트라우마 심리치료학회 연구원은 "실종자 가족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데 주변 상황이 정리가 안 돼 있다"며 "체육관에 칸막이를 설치해 안정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심리치료사가 먼저 가족을 찾아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가족 중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답답해했다.

진도실내체육관에 마련된 한 정신치료 상담소를 찾은 실종자 가족은 나흘 동안 고작 2명이었다. 지칠대로 지친 가족들이 정신 상담소를 먼저 찾아가는 건 어려워 보인다.

한편, 홍종욱 사고대책본부 과장은 "가족들과 칸막이 얘기를 했더니 '이제 차리냐'며 거부했다"며 "칸막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가족들이 외부인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논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뒤늦은 조치에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윤정선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