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구계에서는 선수협회 주도로 ‘6회 이후 6점차 이상에서 도루 금지 조항’을 만들었다는 루머가 퍼지며 논란이 일어났다.
선수협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점수차가 크게 날 경우 서로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논의한 내용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야구판에서는 점수차가 큰 상황에서 도루를 하거나 잦은 투수교체를 하는 등 승부를 포기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삼가야한다는 암묵적인 불문율이 존재했다. 명문화된 규정은 아니었지만, 상대에 대한 경기 매너를 두고 공감대 차원의 합의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불문율을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요즘 야구판에서 6점차는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점수차가 못된다. 예년에 비해 뚜렷한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 큰 점수차로 벌어진 경기에서도 역전승과 역전패가 밥 먹듯 반복되고, 투수들이 난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올 시즌 가장 많은 역전패를 기록한 팀은 한화다. 올 시즌 4승9패로 8위에 머물러 있는 한화는 무려 6패가 역전패였다. 뒤집힌 경기만 잡았어도 한화는 리그 1위를 달릴 수도 있다. 여기서 5패는 5~6회 불펜을 가동한 경기에서 당한 역전패.
11일 대전서 벌어진 넥센전은 7회까지 6-1로 앞서다 2이닝을 버티지 못하고 6-7 역전패 당하기도 했다. 그것도 하나같이 마무리 포함한 필승조를 총가동한 경기들이라는 점에서 타격이 더 컸다.
꼴찌 LG도 이에 못지않다. LG는 지난주에만 1승1무4패를 기록하는 동안 연장전만 세 번이나 치러 1무2패에 그쳤고, 결승홈런을 내준 게 두 차례, 끝내기 패배가 한 차례 있었다. 지난 11일 NC전에서는 3-8로 끌려가던 경기를 중반부터 맹렬한 추격전을 펼쳐 11-11까지 따라붙었지만 9회 모창민의 결승홈런으로 분루를 흘렸다.
13일 대구서 열린 SK-삼성전도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하는 난타전이 희비를 갈랐다. SK는 4-8로 뒤지던 8회 삼성 불펜을 공략하며 최정 만루홈런과 스캇 희생플라이로 9-8까지 역전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삼성의 공격에서 다시 2점을 허용하며 9-10 역전패했다.
올 시즌 프로야구의 공통된 현상중 하나는 9개구단 모두 불펜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1~2점차 리드는 더 이상 승리를 보장하는 점수차가 아니다. 심지어 5~6점차 이상 벌어진 경기에서도 필승조와 주전 마무리를 총동원해야할 정도로 예측불허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타고투저 경향은 역시 외국인 타자들의 영입으로 인한 장타력 증가가 한몫을 담당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내 투수들의 수준이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정상급 투수들이 대거 해외로 유출됐고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선수들의 성장은 더디면서 국내 투수진의 선수층이 얇아졌다. 각 팀마다 “쓸 만한 투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엄살이 아니다.
선발은 각 팀마다 외국인 투수들을 충원하고 있지만 불펜은 여전히 국내 투수들만으로 메워야한다. 9개구단 중 외국인 투수를 구원 전문으로 활용하는 경우는 KIA의 마무리 하이로 어센시오 뿐이다. 하지만 어센시오 역시 아직까지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또 최근의 극심한 투타불균형은 투수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시즌 초반 각 팀마다 실책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불안한 수비력도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실책이 승부처에서 중요한 점수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어나며 경기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타고투저의 흐름 뒤 진정으로 경계해야할 부분은 프로야구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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