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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7억' 정근우로 시작된 SK 투자의 나비효과


입력 2014.01.18 09:03 수정 2014.01.18 22: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정근우에 안긴 77/4% 인상률..1년 만에 7억 이상 수익

최근 최정에 연봉 7억 책정 'FA 보험 보장액 21억?'

SK는 타팀에서 최정을 데려가는 경우, 한화의 경우처럼 보상선수가 아닌 보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SK 와이번스 SK는 타팀에서 최정을 데려가는 경우, 한화의 경우처럼 보상선수가 아닌 보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 SK 와이번스

선후배 사이의 진한 우정이 야구를 감정 스포츠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지난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최정(27·SK)이 한화로 둥지를 옮긴 팀 선배 정근우(32·한화)에게 한 말이 시상식장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최정은 "어디를 가든 형 편"이라는 수상 소감으로 팀을 떠난 정근우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의사를 표한 바 있다.

공식적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한 선수에 대한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그것도 현 소속 선배가 아닌 타팀으로 건너간 선배에게 보낸 감사의 표시는 각박한 현 세태에 묘한 감동도 남겼다.

최정에게 정근우는 팀 동료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했다는 얘기다. 이 수상 소감을 들은 정근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시상식장의 생소한 장면은 둘의 우정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사실 최정과 정근우는 룸 메이트로 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던 팀 동료이자 야구 인생의 파트너였다.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로도 내야수로 호흡을 맞추며 누구보다 자기를 잘 아는 선후배 사이였다.

정근우는 이런 후배 최정에게 조언을 곁들였다.

"FA에 너무 목메지 마라" 라고. 이 말은 자신의 전철을 후배 최정이 밟지 않길 바라는 애틋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사실 정근우는 FA를 의식, 부담감에 자신의 야구를 맘껏 펼치지 못했다. 그 결과 전성기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한화의 적극적인 구애 덕분에 70억이라는 잭팟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사실 한화가 정근우를 영입하는 데 들인 돈은 총액 86억 5000만 원이다. 정근우와 4년 동안 70억(계약금 35억 원, 연봉 7억 원, 옵션 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후 SK가 보상선수 대신 보상금을 선택, 정근우의 직전 연봉 5억 5000만 원의 300%인 16억 5000만 원을 SK에 지불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SK가 2012시즌 다소 부진했던 정근우의 2013시즌 연봉을 대폭 인상시켰다는 점이다. 통산 커리어 로우에 가까운 타율 0.266에 그쳤던 정근우의 연봉 3억 1000만 원을 5억 5000만 원으로 수직상승, 무려 77.4%의 인상률을 안겨줬다. 하지만 이 선물이 오히려 더 큰 선물로 SK에 되돌아갔다.

2억 4000만 원을 정근우에게 추가로 투자한 SK가 보상금으로 받은 금액이 무려 16억 5000만 원이다. 여기서 기존 연봉 3억 1000만 원의 300%인 9억 3000만 원을 제하면 순수 투자 수익은 7억 2000만 원이다. 2억 4000만 원을 정근우에게 투자해서 1년 만에 7억 2000만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놀라운 투자 수익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근우의 보상금 투자 수익이 이젠 최정의 연봉 7억으로 지급됐다고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최정 역시 내년 FA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올 시즌 연봉 7억인 최정을 FA로 영입할 경우, 해당 구단은 최정의 보상금 21억을 추가로 준비해야 된다는 얘기다. 특히, 유신고 출신 최정을 노리는 구단은 신생구단인 KT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팀 타선의 핵이 될 4번타자감이 당장 필요한 KT로서는 수원 유신고 출신 최정을 영입하게 되면 4번타자감에 국내 최고의 우타자 영입,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셈이다. 창단 초기 관중동원에 최정보다 더 최적의 카드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 셈.

SK는 최정을 데려가는 경우, 한화의 경우처럼 보상선수가 아닌 보상금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데려갈 팀이 KT라면 얇은 선수층으로 최정의 보상금 21억 가치를 능가하는 선수를 데려오기란 쉽지 않다. 결국, SK는 KT가 최정을 노릴 것을 대비한 포석으로 최정의 가치를 올렸다고 봐도 된다. 물론, 국내 최고 우타자로 매년 지속적인 성적 상승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도 최정의 7억 가치는 전혀 아깝지 않다.

정근우에게 최초 투자한 2억 4000만 원의 종자돈이 1년 만에 7억 20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이 돈이 다시 최정의 연봉 7억에 재투자되고 내년 KT 등으로 이적하게 될 최악의 경우에도 21억이라는 엄청난 수익률로 불어난다. SK는 과잉투자를 방지하면서도 주축 선수 이탈에 대한 든든한 보험 하나를 든 셈이다.

2013년 종자돈 2억 4000만 원을 투자한 SK가 2014 시즌이 끝나면 21억이 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 2년 만에 이 정도의 수익률을 올린다면 머니볼의 주인공은 SK 프런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본보기 같은 선후배 관계의 정근우와 최정 사이의 미담도 아름답지만 정근우에게 투자한 SK의 종자돈이 엄청난 수익률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게 최정 연봉 7억의 비하인드 스토리다. SK 그룹의 상징 로고인 나비에 걸맞은 투자의 나비 효과다.

정근우와 최정, 둘은 이제 동료가 아닌 상대로 필드에서 맞대결을 하지만 적은 아니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SK는 분명 대스타를 잃었지만 결코 패배한 것은 아니다. 제로섬이 지배하는 프로야구에서 논 제로섬의 예외를 가끔씩 보여주기에 야구의 묘미는 더욱 감칠맛 나는 게 아닐까.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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