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강령엔 '투쟁'은 있고 '대한민국'은 없다

이충재 기자

입력 2013.12.07 10:11  수정 2013.12.08 10:36

당의 근거는 '국민' 대신 '민중' 주한미군 철수 주장

이헌 변호사 "폭력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

정부가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통진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 ‘통진당 해산’ 판결을 신속하게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가려져 논의가 달아오르지 않았지만,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통진당 해산’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정당의 해산 조건인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수호에 위배 되느냐’의 근거를 찾기 위해 빨간펜을 들었다.

대상은 통진당의 강령이었다. 확인 결과 지난해 5월 개정된 통진당 강령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대신 ‘우리나라’라는 표현을 썼다. 이정희 대표는 지난해 대선 TV토론 당시 ‘남쪽 정부’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또한 강령은 당의 근거를 ‘국민’ 대신 ‘민중’으로 설명했다. 국민을 직접 언급한 부분은 3차례 있었고, 민중이라는 표현이 8번 등장했다.

강령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이행에 의한 자주적 평화통일 추구’, ‘국가기간산업의 국공유화’, ‘재벌해체’ 등의 내용도 담겼다.

특히 강령 내용에 나온 ‘민중주권’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주의’에 반한다는 게 해산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꼽힌다. 이에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다른 정당에 허용될 수 있는 정치적 표현”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와 관련,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이헌 공동대표는 “통진당의 강령엔 ‘자유’나 ‘시장경제’를 전제로 하는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 일하는 사람이 주인된 세상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북한 정권이 주장하는 내용을 추종하거나 자유주의나 시장경제에 반대되는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 변호사는 이어 “통진당 강령에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혁신을 위해 투쟁하는 정당’이라는 언급도 있다”며 “이는 의회주의가 아닌 폭력적 수단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석기 재판 후 통진당 운명도 판가름…"종북척결" 목소리 커져

통진당의 운명을 가르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는 위헌심판 청구안건에 대해 180일 이내에 처리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사안에 따라 결정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확정된 이후에 정당해산여부를 가릴 것으로 보인다.

김용헌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당활동 금지, 국회의원 직무정지 등은 재판관 9명 전원에 따른 결정이기 때문에 추정하기 어렵다”며 “정당해산 청구 자체가 워낙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통진당 해산심판 촉구 및 통진당 해산 200만명 서명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관은 전원 통진당 해산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환 자유총연맹 회장은 탄원서를 통해 “통진당 해산은 5000만 국민의 안전과 행복 그리고 겨레의 미래가 달린 문제”라며 “헌재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고 국가 전복을 모의해온 종북세력을 대한민국 헌법의 이름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세환 재향군인회 회장은 “통진당은 대한민국 헌법을 철저히 부정해 온 종북정당”이라며 “헌재는 이 땅에서 종북세력을 척결하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통진당 해산 결정을 신속하게 내려달라”고 말했다.

한편 통진당은 5일 헌재에 제출한 130쪽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소수 정당을 탄압함으로써 시민사회 전체를 옥죄기 위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