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스위스-러시아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김신욱(오른쪽)의 재발견이다. ⓒ 연합뉴스
최전방 공격수 부재는 홍명보호의 고질적인 딜레마였다.
홍명보호는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5개월간 확실한 원톱 공격수를 찾지 못해 고심했다. 확실하게 상대 골망을 가르는 해결사도,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 능한 선수도 없었다. 소속팀 경기에 전혀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박주영이 자꾸 대안으로 거론된 이유다.
하지만 이번 스위스-러시아와의 2연전을 통해 홍명보호는 드디어 새로운 대안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거인' 김신욱(25·울산 현대)의 재발견이 하이라이트다.
김신욱은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그동안 따라붙는 키만 큰 '헤딩노예'라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안정적인 볼트래핑과 발재간, 폭넓은 활동량, 동료들을 활용한 패스플레이, 심지어 골 결정력까지, 무엇하나 나무랄 데 없는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단순히 개인적으로 좋은 활약을 보인 것을 넘어 홍명보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적 스타일에 무리 없이 녹아들었다는 것이 더 고무적이다. 스위스전에서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여러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며 강한 인상을 남긴 김신욱은 러시아전에서는 마침내 골맛까지 보며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최전방 공격수가 기록한 첫 골이자 김신욱 개인으로서도 지난 2012년 6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와의 1차전 이후 무려 1년 5개월 만에 맛보는 A매치 두 번째 골맛.
김신욱 가세로 홍명보호는 확실히 공격루트가 훨씬 다양해졌다. 그동안 다소 가벼웠던 최전방 무게에 비해 김신욱이 원톱으로서 포스트플레이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면서 손흥민, 이청용, 이근호 등 2선 공격수들을 활용한 침투와 연계플레이도 더욱 빛을 발했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울산의 우승을 합작한 이근호와의 콤비플레이는 대표팀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했다.
그동안 김신욱만 들어오면 그의 머리를 겨냥해 미드필드를 생략하고 공중볼만 날리는데 급급했던 단순한 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김신욱의 활동량이 넓어지고, 그를 향하는 긴 패스와 짧은 패스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상대에게 더 큰 혼선을 줄 수 있게 됐다. 옵션이 다양해지니 김신욱 본래의 장점인 큰 키를 이용한 공중볼 싸움도 훨씬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게 됐다.
김신욱의 진화는 그동안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목말랐던 홍명보호에 또 하나의 퍼즐을 맞추는 성과를 안겼다. 홍명보 감독도 이제 2014 브라질월드컵 대비한 전력구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