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소바는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역 여자 피겨선수 중 김연아만이 ‘4회전 점프’가 가능하다. 아사다 마오는 단지 사랑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 데일리안 DB
러시아 피겨 전설 알렉세이 야구딘(32)의 역작 ‘윈터’는 전율 그 자체다.
야구딘은 2002 솔트레이크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윈터에서 역동적인 ‘탭댄스’를 선보였다. 구두가 아닌 스케이트날 위에서 신들린 발놀림로 세계를 소름 돋게 했다.
일명 야구딘 ‘귀신 스텝’으로 불리는 이 작품을 러시아 피겨 대모 타티아나 타라소바(66)가 만들었다. 타라소바는 직접 빙판 위에서 야구딘 허리를 감싼 채 걸음마 알려주듯, 한 발 한 발 엇갈리는 스텝을 가르쳤다. 야구딘을 빚은 타라소바는 금메달 제조 여사로도 불린다. 역대 올림픽에서 타라소바의 지도를 받은 제자들이 금메달 9개를 수확했다.
그런 타라소바가 ‘피겨여제’ 김연아를 한 발 늦게 인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타라소바는 최근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역 여자 피겨선수 중 김연아만이 ‘4회전 점프’가 가능하다. 아사다 마오는 단지 사랑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연아는 전·현직 남녀 스케이터 통틀어 가장 완벽한 본보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타라소바의 김연아 짝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그랑프리 대회에서 러시아 해설위원으로 등장, 김연아를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당시는 아사다 마오 쇼트프로그램 안무를 짜던 시절이라 공개적으로 ‘김연아가 아사다보다 우월하다’고 칭찬하진 못했다.
단지 김연아 프리스케이팅 미스사이공 연기를 보면서 “모든 점프가 신속 정확하다”, “성장통을 이겨냈다”, “비범한 천재는 불모지에서도 태어난다”는 등 아사다와 비교하지 않고 김연아의 객관적 재능만 열거했다.
이중 가장 돋보이는 해설은 김연아 스텝 연기에 대한 평가다. 타라소바는 “강렬하다. 회전하다가 갑자기 무릎을 구부리고 이어진 현란한 발놀림, 정교한 컨트롤, 남자 선수도 흉내 내기 어려운 고난도 동작”이라고 말했다. 야구딘 ‘귀신 스텝’을 창조한 타라소바가 김연아 스텝에 매료된 것. 타라소바는 이후 2009년 김연아 죽음의 무도 스텝에서 다시 한 번 감동했다.
김연아 ‘죽음의 무도’ 발놀림은 야구딘 ‘귀신스텝’에 버금간다.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 시작 장면에서 스케이트 날을 세워 얼음을 콕콕 찍는 소름 돋는 스텝을 구사한다. 또 연기 종반부터 본격적인 스텝을 펼치는데 변화무쌍한 발놀림, 다양한 스케이트날 기술, 360도 턴 에지, 전신을 활용한 초인적 풋워크가 돋보였다. 외신은 야밤 해골의 무도회를 알리는 카미유 생상스 교향시를 천재적 감각으로 표현했다고 극찬했다.
코치 은퇴를 선언한 타라소바는 자유롭다. 밴쿠버 올림픽을 끝으로 아사다와 결별하는 등 모든 것을 내려놨다. 천재 야구딘을 빚은 타라소바가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를 품었다면 어떤 ‘걸작’이 탄생했을까. 숨겨왔던 김연아에 대한 마음을 드러낸 타라소바의 지도자 은퇴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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