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스가 그라운드에서 지명타자로서 공격을 이끌었다면, 더그아웃에서는 동료들에게 존경을 받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 게티이미지
'빅파피' 데이빗 오티스(38·보스턴 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됐다.
보스턴은 31일(한국시각)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와의 '2013 MLB'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6-1 승리, 시리즈전적 4승2패로 대망의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1승2패로 몰렸다가 3연승을 질주하면서 정상에 등극한 보스턴은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에 월드시리즈를 차지한 2004년 이래 벌써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트로피 보다 더 빛난 것은 오티스다. 오티스는 ‘밤비노의 저주’ 사슬을 끊었던 2004시즌과 2007시즌 이후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6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한 오티스는 2홈런 6타점 8볼넷 타율 0.688(16타수 11안타) 출루율 0.760의 맹타, 보스턴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올려놨다. 25번의 타석에서 무려 19번을 출루했다.
오티스는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뒤져있던 4차전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 2득점 활약으로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균형을 이뤘고, 5차전에서도 4타수 3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질겁한 세인트루이스 마운드는 6차전에서 고의사구 3개를 내주면서까지 오티스를 피했다. 결국, 보스턴의 통산 8번째 우승을 이끈 오티스가 AL 챔피언십시리즈 MVP이자 ‘마무리’ 우에하라를 제치고 월드시리즈 MVP의 영광까지 안았다.
그라운드에서 지명타자로서 공격을 이끌었다면, 더그아웃에서는 동료들에게 존경을 받는 '맏형' 노릇을 톡톡히 했다.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큼지막한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던 조니 곰스는 현지 중계진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즈 내내 오티스는 우리 24명의 유치원 선생님 같았다. 풍부한 경험이 있는 오티스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크게 흔들렸을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월드시리즈를 처음 경험한 곰스는 메이저리그에서만 11시즌 뛴 베테랑 외야수로 류현진(26·LA다저스)을 상대로 3점포를 때렸던 타자로도 낯이 익다.
곰스 평가대로 오티스는 보스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동료가 흔들릴 때는 더그아웃에서 ‘맏형’다운 리더십을 발휘해 붙들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오티스의 조언과 노하우는 투수나 타자할 것 없이 보스턴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는 게 현지 평가다.
오티스는 월드시리즈 세 번째 우승에 대해 “과거 두 번의 우승 당시처럼 최정상급 스타는 없지만, 이기고자 하는 열망과 그라운드에서의 열정은 그때를 초월한다”며 월드시리즈 우승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보스턴은 대형 FA 대신 여러 명의 중간급 FA 선수와 계약, 올 시즌 화려함을 넘어서는 옹골진 전력을 구축했다. 지난해 바비 발렌타인 감독과 선수들의 불화로 지구 꼴찌 수모까지 당했던 보스턴은 ‘고액 연봉자’ 애드리안 곤잘레스, 칼 크로포드, 조시 베켓 등을 LA 다저스로 보낸 뒤 지휘봉을 존 페럴 감독에게 넘기는 험난한 과정을 거쳐 미국 프로야구 최정상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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