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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중계도 예의' KS 3차전 FA컵과 다를까


입력 2013.10.27 12:21 수정 2013.10.27 23:18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SBS, 한국시리즈 2차전 5시간 32분 생중계 ‘박수갈채’

MBC, FA컵 연장전 돌입하자 케이블채널 핑계로 중단

SBS는 무려 5시간 32분간 펼쳐진 한국시리즈 2차전을 끝까지 생중계해 야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 삼성 라이온즈 SBS는 무려 5시간 32분간 펼쳐진 한국시리즈 2차전을 끝까지 생중계해 야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 삼성 라이온즈

지난 25일 대구구장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은 무려 5시간 32분이 소요된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시간 경기기록을 세웠다.

끝장승부도 치열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은 바로 마지막까지 승부의 순간을 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한 '끝장중계'였다. 한국시리즈는 공중파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2차전을 담당한 것은 SBS TV였다. 연장으로 접어들며 자연히 시청자들에겐 '중계가 끊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의외로 SBS는 야구중계를 강행했다. 편성 시간에서 밀린 '정글의 법칙' '궁금한 이야기 Y' 등이 줄줄이 결방됐고, 'SBS 8시뉴스'도 야구중계가 끝날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다. 경기가 끝난 시각은 11시34분. 13회에서 끝나지 않고 30분만 더 끌었다면 공중파에서 사상 초유의 '무박 2일 중계'가 벌어질 뻔했다.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은 방송사의 결정에 아낌없이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

종목을 막론하고 TV로 생중계를 즐기는 스포츠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멘트가 "정규방송 관계로 여기서 중계를 마치겠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다. 요즘은 케이블 스포츠 채널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상황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공중파에 소위 '빅매치'가 생중계로 잡히는 날은 팬들도 긴장하기 마련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의 특징은 제한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야구 1경기를 소화하는데 3시간 내외가 걸리기 때문에 방송사도 이 정도로 계산하고 편성시간을 비워놓는다. 그런데 경기시간이 늘어지거나 연장에 접어들면 계산이 모두 헝클어져버린다.

공중파 스포츠 중계에서 가장 시간의 압박이 큰 종목이 야구다. 실제로 케이블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한국시리즈 경기도 정규편성 관계로 중도에 중계를 끊은 일이(9회도 다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간혹 있었다. 스포츠팬들이 "이럴 바엔 차라리 공중파에서 스포츠중계를 하지 말라"고 격분했던 이유다.

SBS의 2차전 중계는 시청률 조시기관인 닐슨코리아의 집계결과 11.6%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요한 장면에서의 순간 시청률은 최대 20%까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의 인기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글의 법칙'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평균 시청률 13~14%을 웃돌며 동시간대 최고시청률을 자랑하는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결국, 순간의 이익보다 시청자들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선택한 방송사의 결정이 박수를 받는 이유다.

MBC는 전북과 포항이 맞붙은 FA컵 결승전 경기가 연장전으로 돌입하자 중계방송을 중단했다. ⓒ 포항 스틸러스 MBC는 전북과 포항이 맞붙은 FA컵 결승전 경기가 연장전으로 돌입하자 중계방송을 중단했다. ⓒ 포항 스틸러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러한 상황이 야구 같은 특정 인기 스포츠에만 국한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프로축구 FA컵 결승전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포항과 전북이 맞붙은 FA컵 결승전은 이례적으로 공중파인 MBC에서 생중계로 편성돼 눈길을 끌었고, 두 팀은 기대에 걸맞은 치열한 명승부로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전에 접어든 상황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MBC가 정규방송 관계로 공중파 생중계를 중단한 것. MBC는 자회사인 케이블 채널을 통해 계속 중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당시 케이블에서는 프로농구 경기가 한창 방송되던 중이었다. 이미 진행 중인 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었기에 축구팬들은 프로농구 중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했다.

결국, 프로농구가 끝나고 FA컵 결승전은 연장 후반에 돌입해서야 다시 케이블을 통해 중계됐다. 중간에 황선홍 포항 감독의 퇴장 같은 변수들이 등장했으나 TV로 지켜본 팬들은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중계 공백시간에 결승골이라도 터졌다면 더 큰 원성을 사도 할 말이 없었다.

MBC의 공중파 중계가 중단된 이후 성난 축구팬들은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종 커뮤니티에 거센 항의를 쏟아냈다. 축구와 단기전의 특성상 무승부와 연장전 같은 상황은 언제든 예상할 수 있는 변수였다. 야구처럼 종료시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고 1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예비편성을 잡았어도 별탈이 없었을 문제였다.

더구나 주최 측인 대한축구협회에서는 이날 공중파 생중계를 배려해 주말에는 평소 오후 3시 전후로 잡던 경기일정을 1시 30분으로 앞당겼다. 선수들의 평소 컨디션과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감수하면서도 많은 축구팬들이 생중계를 즐길 수 있는 편의를 고려한 것이었다.

실제로 SBS의 한국시리즈 2차전 끝장중계가 화제를 모은 이후 야구팬들과 축구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축구팬들은 가뜩이나 방송사로부터 야구로 인해 축구가 소외받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방송사의 원칙과 소신이 특정 인기종목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기왕이면 다른 종목에도 균형 있게 적용돼야 할 이유다.

공교롭게도 27일 오후 2시에 열리는 3차전은 MBC에서 역시 공중파로 생중계될 전망이다. 지상파 3사가 순환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중계하는 가운데 각 방송사도 시간에 상관없이 끝날 때까지 생중계를 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3차전이 열리는 주말 오후는 평일보다 시청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예능-오락물들이 집중 편성되는 시간대라는 점이다. 자칫 2차전같이 연장까지 이어지는 끝장승부가 벌어질 경우에는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같은 프로그램들의 방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MBC는 일주일 전 FA컵 결승전과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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