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만 문제인가 복지교육도 엉망이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3.10.27 13:29  수정 2013.10.27 13:35

<자유경제스쿨>'복지는 무조건 좋은 것 선한 것 정의로운 것' 문제 있어

국사 교과서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이고, 어떠한 나라여야 하는가에 대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일제로부터 해방되고 나라를 세운 지 70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도 ‘건국 70년이냐 분단 70년이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우리의 미래세대의 교육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복지에 대해서는 큰 의견의 대립이 없어 보인다. 복지가 잘못되면 국가의 미래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는데, 복지 확대에 대한 반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야, 좌우가 모두 합의한 듯이 보인다. ‘민주화’가 그러했듯이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왜 ‘복지’는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9월 26일 국무회의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씩 기초연금을 주겠다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어르신들 모두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가 부족하고 재정 건전성의 고삐를 쥐어야 하는 현실에서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것이 공약 포기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지금 어려운 재정 여건 때문에 약속한 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들은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선 경쟁자였던 문재인 의원은 자신들이 시대정신으로 내세운 경제 민주화와 복지 국가가 박 대통령의 당선으로 모두 무너지고 있으며, “박 대통령이 야권과 (경제 민주화, 복지) 선명성 경쟁까지 벌이며 국민들 표를 모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천해 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진정성 없는 복지 장사, 경제 민주화 바겐세일에 지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왜 복지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가? 그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것이기 때문일까? 우리에 앞서 복지를 시행한 나라들이 봉착하고 있는 문제를 살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곧 역사는 그렇지 않다고 가르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복지를 지선(至善)의 가치로 생각하고 있는 까닭은 그동안 받아온 교육 때문이 아닐까?

기초연금 논란과 관련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청와대의 만류에도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3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진영 장관을 대신해 이영찬 차관이 출석한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기초노령연금법 논란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나라의 교과목에서 복지를 언급하는 과목들은 대체로 복지를 좋은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는 복지국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좋은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중학교 1학년 '도덕'은 바람직한 국가의 모습을 ‘평화를 추구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로 설정하고 있다. 평화와 정의와 함께 복지는 높은 가치를 지닌 이상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 '정치'도 “근대 민주주의 국가는 자유와 민주라는 이념을 표방한 것과 달리 실제로 많은 국민을 인간다운 삶으로부터 소외시켰던 것이다. 이와 같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국가 기능의 확대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라고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삶의 질 향상’과 복지국가를 동일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평등을 중시하는 사회주의의 이상을 수용할 필요가 있으며, 그 이상을 수용한 것이 바로 ‘복지 자본주의’라고 기술하는 교과서도 있다. 자본주의의 지나친 경쟁과 그로 말미암은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복지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이러한 ‘복지 자본주의’는 “완전 고용, 최저 임금, 사회 보장 제도 등을 통해 경기 침체, 실업 문제, 빈부 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해 왔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복지 자본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복지 자본주의’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복지국가’에 대한 현행 검인정 교과서의 이러한 긍정적인 서술은 국정 교과서인 고등학교 '도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간한 이 책은 ‘민족국가’인 우리 대한민국은 ‘통일한국’을 바람직한 국가상으로 설정해야 하고, 통일한국은 ‘민주국가’, ‘복지국가’, ‘문화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민족 성원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복지국가야말로 통일을 이루려는 가장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며, 민족을 통합시켜 주는 물질적 토대가 되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복지국가는 국민 전체의 복지 증진과 확보 및 행복 추구를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보는 국가이다. 한편,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완전 고용ㆍ최저 임금제 보장ㆍ사회 보장 제도 등이 가장 중요한 시책이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한 검인정 교과서는 ‘행복한 나라, 덴마크의 복지’라고 하면서 “덴마크는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복지 선진국이다. 면적은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이지만, 국민 소득은 5만 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고의 복지 제도로 국민의 행복 지수가 높고 빈부 격차가 거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다른 북유럽 국가들처럼 교육과 의료, 노후 등을 국가가 책임지는데, 재원은 국민의 세금이다. 국내 총생산 대비 조세 부담률이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다. 덴마크 사람들은 높은 세금에도 조세 저항이 거의 없다. 최고 수준의 복지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하여 우리가 본받을 가치가 있는 나라라는 인식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러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우리는 그동안 성장 위주의 정책을 국가가 전개해 왔으니 이제 복지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성장은 그것 자체를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아니라 복지의 준비단계로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보다 앞서 복지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를 선진국으로 생각하여, 우리는 언젠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복지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가 안고 있는 미래의 재앙을 방지하려면, ‘복지’ 관련 교육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 국사 교육이 문제라면 복지 관련 사회 윤리 교육도 문제이다. 이제 우리는 복지 교육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성찰할 시점이 되었다.

글/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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