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것일까. 지나친 성인연극계의 홍보 경쟁이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최근 화제의 주인공이 돼 무명 배우임에도 이틀 가량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유린, 그리고 거듭된 이슈를 양산하고 있는 라리사 등은 모두 성인연극 출연 배우들이다.
라리사가 먼저 기자회견을 자청해 협박전화를 받아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며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이유린은 노숙 경험부터 투신자살 시도까지의 스토리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렇지만 이들을 둘러싼 거듭된 화제는 성인연극계의 과도한 홍보 이벤트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6일 언론사에 보도 자료가 하나 도착했다. ‘미수다 출신 라리사 수사기관에 정식 수사요청과 긴급기자회견’이라는 제목이었다. 심지어 첨부된 파일의 제목은 ‘긴급뉴스제보’였다.
과거부터 성인연극계에선 보도자료 발송 시 제목을 ‘보도자료’가 아닌 ‘기사제보’로 표기하는 경향이 있다. 수많은 보도 자료를 받는 언론사 기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눈길을 끌기 위한 조치다. 실제 내용도 일반적인 연극 홍보보다는 ‘제보’에 가까운 사건사고 관련 내용이다.
성인연극 공연 도중 관객이 무대 위로 올라와 난리를 피웠다느니, 스토커가 배우를 협박했다느니 하는 자극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성인연극 출연으로 인해 이성 친구와 헤어진 배우가 괴로워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번 라리사의 경우 조금 더 진전된 내용이었다. 우선 ‘긴급뉴스제보’라는 제목의 보도 자료 내용을 살펴본다. 보도 자료는 해당 극단 대표 명의로 돼 있었으며 그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내용이다.
“2013년 10월 6일 새벽 12시50분경 라리사에게 긴급전화가 왔다. 도저히 무서워서 죽을 것 같다는 한통의 전화였다. 극단 대표로서 라리사와 함께 연극 '개인교수'를 공연했고 10월 지방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로서 불안한 마음과 걱정스런 마음으로 라리사가 살고 있는 한남동으로 달려갔다.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라리사를 간신히 진정시키고 새벽 3시경 안정을 취한 라리사에게 충격적인 협박 내용 전모를 전해 듣고 도저히 묵과 할 수 없는 사건임을 판단해 10월 7일 오후 3시 대학로 피카소극장2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장에 라리사가 직접 나와 사건 정황과 협박 내용 전부를 공개 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진실을 먼저 밝히고 수사기관에 정식으로 수사 요청할 예정이다.”
극단 대표는 경찰 신고보다 기자회견을 먼저 하는 까닭에 대해 “언론을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순서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 7일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라리사는 “두 명의 협박범에세 돈 1000만 원을 요구받는 등 협박 전화를 받았으며 무조건 잡고 싶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과연 경찰에 정식 수사 요청이 이뤄지고 신변보호도 요청했을까. 다행히 사건은 잘 마무리됐다. 해당 극단 측은 며칠 뒤 라리사의 지인이 술을 마시고 장난 전화를 한 것으로 밝혀져 선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장난전화 한 통으로 기자회견까지 벌어진 셈이다.
홍보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의혹이 집중됐지만 극단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라리사가 본인의 이혼 이력을 밝힌 점을 언급하며 “홍보를 위해 그런 쇼를 하면서 왜 결혼과 이혼 이력까지 밝혔겠냐”며 홍보성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며칠 뒤인 20일에는 ‘실제정사논란의 연극배우 이유린 투신자살시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가 도착했다. 역시 같은 성인연극 극단이었다. 이번에는 ‘미쓰리1’이라는 이미지 파일과 ‘유린2’라는 제목의 이미지 파일, 그리고 ‘미쓰리보도자료1’이라는 한글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이메일 제목만 놓고 보면 마치 이유린이라는 배우가 투신자살을 최근 시도했다는 내용으로 보이는 데 이는 낚시였다. 첨부된 파일이 ‘미쓰리보도자료’인데 이는 새로 시작되는 ‘미쓰리’는 성인연극 ‘비뇨기과 미쓰리’의 약칭이다. 결국 연극 보도자료와 연극 보도사진, 그리고 배우 개인 프로필 사진이 첨부된 이메일로 보인다.
‘미쓰리보도자료’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을 열어 보니 제목은 ‘보도자료 실제정사논란의 연극배우 [이유린] 투신자살시도. 거리의 여자로 전락한 사연은?’이었다. 그 내용은 이미 엄청난 보도로 인해 잘 알려져 있다.
대략적으로 보면 남자 친구에게 창녀 취급을 받고 폭행당하고 결국 노숙 생활까지 하게 됐던 이야기, 또한 알몸 연기하는 사람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도 서러워 수면제를 털어 넣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던 투신자살 이야기 등 이유린의 인생사다. 결론은 자살까지 선택했던 이유린이 3개월 만에 친정집인 대학로 성인연극 ‘비뇨기과 미쓰리’에 전격 출연한다는 것, 거기서 죽어 버린 남성을 살리는 비뇨기과 간호사로 출연 할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분명 연극 보도자료로 출연 배우가 이번 연극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결심 등을 담고 있다. 홍보성 이벤트임은 분명한데 관건은 이유린의 충격 고백이 어디까지 진실이냐다. 네티즌들은 이유린이 밝힌 충격적인 내용의 폭로가 혹시 성인연극 홍보를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예상 외로 이유린은 파급력이 컸다. 라리사의 경우 기자회견까지 자청했지만 큰 관심은 받지 못했다. 이미 라리사가 성인 연극 홍보를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로 화제를 양산했기 때문에 대중과 언론도 어느 정도 적응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라리사는 지난 대선 당시 투표율에 따른 알몸 말춤을 공약하고 실행에 옮기는 등 다양한 이슈를 양산하며 본인이 출연하는 성인 연극을 홍보해왔다.
반면 이유린은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데다 그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로 인해 포털 사이트에서 하루 종일 검색어 1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게다가 이유린의 과거 실제정사 사건과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등이 연이어 화제를 불러 모으기도 했다. 당연히 성인 연극 ‘미쓰리보도자료’는 상당한 홍보 효과를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홍보성 이벤트 논란은 진위 여부를 밝히기가 매우 힘들다. 이유린이 공개한 가슴 아픈 과거사를 직접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라리사의 협박사건 역시 수사기관이 통화기록 등을 뒤져서 수사하지 않는 이상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동안 성인연극계가 지나치게 자극적인 언론 홍보를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 그런 부분을 직접 확인한 경험도 있다. 한 성인연극 배우가 알몸 연기로 인해 애인과 헤어졌다는 보도자료가 화제를 불어 모았지만 해당 배우는 “그런 일 없다”며 “나도 모르는 새 그런 보도자료가 나와 나도 놀랐다. 이쪽 홍보 방식을 다 아시지 않냐?”고 되물었을 정도다.
매스컴 역시 성인연극계의 홍보성 이벤트를 반기는 편이다. 성인연극계가 양산하는 홍보성 이벤트는 대부분 자극적인 내용이라 네티즌의 관심을 끌만 한 자극적인 기사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정 수준은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나친 홍보가 실제 상황을 호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인연극 무대를 둘러싸고 아찔한 사고가 벌어졌을 지라도 대중의 시선은 홍보성 이벤트 아니냐는 의혹에 머물 수도 있다. 만약 이번 라리사 협박사건이 사실이었다면, 라리사는 실제로 큰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음에도 ‘홍보성 이벤트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로 두 번 힘들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알몸 연기를 하는 성인 연극배우들의 괴로움만 너무 부각하다 보면 오히려 성인 연극배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을 더욱 편견에 사로잡히게 만들 수도 있다. 오히려 성인 연극배우들의 프로의식에 초점을 맞춘 홍보가 이런 대중의 편견을 감쇠시킬 수 있다. 기자가 직접 만나본 주연급 성인 연극배우들 가운데에는 충분히 프로다운 면모를 갖춘 배우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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