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고교생이 대학생보다 매력적이 된 걸까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3.10.23 09:32  수정 2013.10.23 09:37

<김헌식의 문화 꼬기>영화나 드라마마다 고교생 주인공

대학이 집단적 정체성을 담보하지 못해 추억으로만 소비

대학생들의 값이 고교생만 못한 것일까. 최근 대중문화의 중심은 고교생인듯하다. 이를 반영하기라도 한 듯 MBC대학가요제가 없어졌다. 드라마에는 고교생 천국이다. 드라마 '학교 2013'이나 '드림하이1,2', '상속자들'의 주인공은 모두 고교생들이 주인공이다.

과거 1980년대 후반에서 초반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내일은 사랑'이나 '우리들의 천국'같은 대학생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올림'과 같은 청소년 드라마가 아니라 일반 트렌디 드라마지만, 주인공이 고교생들이다. 청소년 교육 문제와 같이 한정적인 내용도 아니다,

시트콤의 경우에도 '남자 셋 여자 셋'과 같은 시트콤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개그프로에서는 개그콘서트의 '전설의 레전드'라는 코너와 같이 대학생은 없고 고교생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그렇다면 왜 대중문화에서 대학생은 사라지고, 고교생들이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일까.

우선 고교는 한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한 내용의 학교 생활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모순은 물론 극적인 흥미를 주는 내용들이 잠재되어 있다. 고교생활을 한 시청자가 대부분이다. 우선 대학생은 집단적인 존재가 아니라 개인적인 존재들로 파편화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을 한데 묶어 낼 수 없다. 

수많은 학생들이 좁은 교실에서 생활해야 하는 고등학교는 그 집단 속 인간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다룰 수가 있다. 대학생들은 한 공간에서 비교할 수 없는 각자의 사생활이 너무 다양하고 편차가 있다.

더구나 동아리나 과모임 등이 덜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집단적 인간관계들은 덜 할 수 밖에 없다. 영화 '건축학 개론'은 90년대 중반의 대학을 보여주는데 동아리와 강의실의 낭만과 로맨스를 다루고 있을 뿐이다. 영화에서도 대학생들이  잘 등장하지 않는 것은 대학생이 이제 하나의 집단적 정체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추억으로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SBS 수목드라마

고교는 학생들이 원하지 않든 원하든 집단속에 있어야 한다. 집단인가, 개인인가 이런 고민은 우리 사회에서 전반적인 화두이기는 하지만 더이상 대학에서는 화두가 아니다.

고교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국 사회의 축소판 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차원에서 빈부의 격차와 양극화 문제도 있고, 권력과 헤게모니 싸움도 존재한다. 또한 고등학교는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자아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문화지체 공간으로 남아 있다. 고교생들일지라도 자신의 사고와 주체성을 추구하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이를 채워주지 못한다. 이때문에 현대인들의 상황을 투영해 볼 수도 있다. 

한때는 대학생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일상이 대학에 대한 환상이나 망상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더이상 이제는 대학생은 낭만과 로맨스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이들도 아니며, 대학생이 되어 누릴 수 있는 특권은 사라지고, 오히려 부담이 더 많아진 상태이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의 고민과 애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사라진 것은 꿈인지 모른다.

오히려 고등학생들은 원초적인 꿈들이 남아 있다.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기 보다는 이상을 꿈꾸는 시기로 남아 있다. 대학에 꿈과 이상이 있을까. 대학생들은 오히려 현실의 공간에 존재하며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제 인생의 진로가 확정적이지만 고교생은 덜 확정적이다. 대학생보다 고교생은 삶의 바람직한 방향을 더 고민할 여지가 많으며 이는 우리에게 보편적인 것이기도 하다.

교육부에서는 최근 대학 구조조정을 강도높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곧 대학정원이 고교생보다 많기 때문에 정원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은 퇴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등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대학생이라고 경외의 대상도 아니다. 그렇지만, 대학과 대학의 고민은 경쟁과 생존의 분투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줄 여지가 많다. 그 집단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을 우리 사회 전반의 화두와 연결시키는 드라마는 없다.

고교생이 등장하는 콘텐츠가 흥행이 잘 된다는 점에서 유사개별화 현상으로 빚어지는 일일 수 있다. 소재와 주제의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이틴 로맨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가벼운 마케팅 전략이라는 비판도 있다. 특히 고교생들이 성적으로 소비된다. 교복은 패션의 상처럼 간지난다. 롤리타콤플렉스를 넘어 연하남 꽃미남화 되는 현상은 이의 소비주체가 누구인지 알게 한다. 대학생은 더이상 성적인 매력도 없는 모양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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