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잠 어뢰 ‘홍상어’ 전력화 실패 원인 알고보니...

목용재 기자

입력 2013.09.16 18:22  수정 2013.09.16 18:27

전문가들 “최소 20발 시험발사는 기본…단 4발로 양산화 결정”

지난 2010년 8월2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방과학연구소 창설40주년 종합학술대회에서 연구소 관계자들이 행사 참석자들에게 대잠무기인 홍상어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에 실전 배치된 대잠어뢰 ‘홍상어’가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이어진 성능평가에서 기준점 이하를 기록하면서 양산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홍상어의 충분한 시험평가 없이 조급한 전력화를 했기 때문에 뒤늦게 결함이 발견되고 있다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국산기술로 개발된 대잠어뢰 홍상어는 지난 2000~2009년까지 개발을 진행하면서 단 4발로 운용 시험 평가를 하고 명중률 75%를 달성해 전력화 적격 판정을 받고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개발 당시 홍상어의 성능 검증을 위한 충분한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고 단 4발로 양산이 결정이 마무리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흔하지 않은 수직발사 대잠어뢰라는 무기체계를 도입하는데 충분한 시험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홍상어 같은 수직발사 대잠 로켓의 경우 흔하지 않은 무기 체계이기 때문에 이 체계를 우리나라 해군에 정착시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흔하지 않은 무기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시험 발사를 거쳐야 하는데 홍상어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미국은 새로운 무기체계 도입을 위해 상당히 많은 시험 과정을 거친다. 우리나라는 국방 예산의 압박으로 미국 신무기 시험의 10%수준밖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종대 디펜스21 플러스 편집장도 “야전에 새로운 무기체계를 실전 배치한 후 결함이 발견되는 문제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면서 “K-11 복합형 소총의 경우도 2010년 전력화 이후 2011년 야전 운용성 확인 시험사격 도중 폭발하면서 결함이 발생했다. 성급한 전력화가 문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편집장은 “전력화 된 무기에서 결함이 발생된다는 것은 무기 개발·시험 예산의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2000~2009년 사이 단 4발로 양산화를 결정했다는 지적에 대해 방사청은 당시 적은 예산과 시험평가·전력화 기간의 문제가 맞물려 4발이라는 적은 수량으로 시험발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홍상어 개발기간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예산과 사업기간이었다”면서 “시험평가와 전력화 기간, 책정된 예산 안에서 개발을 진행하다보니 4발로만 시험발사를 했는데 적정 기준에 통과돼 양산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홍상어는 1발에 20억에 달하는 고가의 무기이기 때문에 책정된 예산상 시험발사를 여러 번 진행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상어는 2009년 개발 완료 당시 ‘하늘을 나는 어뢰’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홍상어는 1발 당 20억에 육박하는 고가의 전력으로 10km를 비행한 후 수중으로 들어가 20km내의 잠수함을 찾아내 타격하는 성능을 갖춰 정부는 홍상어를 “수직으로 발사돼 적 잠수함을 잡는 미사일은 홍상어가 세계에서 두 번째”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상어는 실전 배치된 이후인 2012년 7월 첫 실사격에서 발사 후 수중에서 침강돼 유실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이에 문제점을 개선하고 지난 2012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8발을 시험 발사했지만 5발만 명중하고 3발은 수중에서 다시 유실됐다. 합격 점수인 명중률 75%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지난 7월부터 9월 11일까지 또다시 품질확인 재사격 시험이 이뤄졌지만 홍상어 4발 중 1발이 표적을 잃고 유실되면서 양산 재개에 먹구름이 끼었다. 당초 방사청은 이 시험발사에서 4발이 모두 명중하면 양산을 재개한다는 입장이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경우 ‘빨리빨리’ 신무기를 실전배치하는 경우가 없다”면서 “엄청난 테스트를 거치고 보완에 보완을 거듭하는데 우리나라는 예산문제로 이같은 과정이 제약이 되고 있다.홍상어의 경우도 적어도 20발은 시험사격을 하고 실전배치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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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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