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외국인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29)이 시즌 55호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일본 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발렌틴은 11일 히로시마전에서 0-6으로 크게 뒤진 6회말 2사 후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한 달 만에 밀어 쳐 아치를 그린 것도 고무적이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발렌틴은 시즌 55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1964년 오 사다하루(왕정치), 2001년 터피 로즈,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가 수립한 일본 한 시즌 최다 홈런과 타이. 그리고 29세라는 나이, 가장 빠른 122경기 만에 55홈런 고지를 밟았다. 더군다나 야쿠르트는 22경기나 남겨놓고 있다. 따라서 ‘일본 자존심’ 오 사다하루의 49년 묵은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은 매우 높다.
네덜란드 출신 발렌틴은 메이저리그 시애틀과 신시내티에서 활약하다 2011년 일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은 170경기에서 타율 0.221 15홈런 52타점. 그런 발렌틴이 일본 진출 3년 만에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발렌틴은 "(고의적인) 볼넷을 던져 일본인의 기록을 외국인이 깨는 것을 막는 심정도 알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오 사다하루의 홈런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 용병들은 몇 있었다. 하지만 시즌 막판 투수들의 집중 견제와 고의사구에 시달린 끝에 끝내 기록 경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2001년 터피 로즈와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 모두 55에서 멈췄다.
로즈와 카브레라는 55홈런을 기록할 당시 5경기씩 남겨뒀다. 그러자 일본 투수들은 정면 승부를 피했다. 당시 일본 프로야구계 안팎에서는 “오사다하루는 일본 야구의 상징이다. 로즈는 미국으로 뜨면 그만”이라면서 “오사다 하루의 기록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일본 야구의 얼마 남지 않은 폐쇄적 행태이자 자존심이 녹아있는 말이다.
하지만 퍼시픽리그 소프트뱅크 오 사다하루 회장도 "발렌틴의 신기록 수립은 시간문제“라면서 ”힘으로만 치는 게 아니다. 영리한 거포“라며 발렌틴을 치켜세웠다.
발렌틴도 양말을 무릎까지 올려 신는 '농군 패션'으로 나선 것에 대해 "(이런 스타일 좋아했던)오 사다하루에 대한 존경의 뜻을 나타내는 의미"라고 설명하면서 “일본 팬들의 (오 사다하루 기록) 자존심과 심정은 충분히 알고 있다”며 견제에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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