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신호탄, 김기춘 임명은 기강 다잡기?

김지영 기자

입력 2013.08.05 23:30  수정 2013.08.05 23:38

"청와대 내부의 기강 잡고 이를 통한 정국 반전 꾀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외교부 기획관리실장을 임명하는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아울러 미래전략·고용복지·민정수석에 홍경식 전 서울고검장,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회장,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을 각각 임명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인선은 청와대 내부의 기강을 다잡는 동시에 각 수석실의 전문성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번 인선은 청와대의 국면전환을 통해 하반기에는 지금과 다른 형태의 국정운영을 시도하려는 의미가 강한 것 같다”며 “공직사회, 특히 청와대 내부의 기강을 잡고 이를 통해 정국의 반전을 꾀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박 평론가는 “일부 언론에서 박 대통령 집권 초기 인선을 두고 ‘예스맨’이라고 표현했는데, 김 비서실장은 그런 인물이 아니다. 강성인물”이라며 “실질적 조언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하고, 이를 통해서 기존과는 다른 모습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효율적인 조직 장악을 위해 김 비서실장을 택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 비서실장은 노태우 정권 시절 법무부 장관, 15~17대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 정치력과 기획력, 전략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박 대통령은 김 비서실장이 청와대 조직을 확실하게 휘어잡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획력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또 정책이나 전략적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의논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국정수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민정수석과 미래전략·고용복지수석이 교체된 것과 관련해선 물러날 사람이 물러났다는 평가다. 박 평론가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당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의 부적절한 대응과 그간 미래전략, 고용복지 분야의 전문성 부재를 지적하며 이들 수석실의 개편을 사실상의 경질로 내다봤다.

김기춘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오후 국회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실에 방문해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기춘·박준우 발탁은 과거 정치로의 회기…야권 반발 부를 것"

다만 이번 인선이 청와대와 의회 간 관계 등 정치적 차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김 비서실장의 경우 지난 1992년 초원복집 관권선거 논란의 당사자고, 박 수석은 의정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국민의 입장에서 김 비서실장은 정말 낡은 인물이다. 박정희 정권 때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사람이고, 1992년 초원복집 사건으로 지역주의를 조장한 인물 아니겠느냐”며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아마도 야당 측에서 강한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김 비서실장은 7인회 멤버로 박정희 정권부터 검사로 일했던 사람인데, 중요한 건 박 대통령이 올드한 멤버들의 조언을 더 직접적으로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며 “이는 사실상 과거지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이 야당으로부터 공격받는 것 중에 하나가 박정희식 정치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이라며 “김 비서실장은 그쪽의 흐름에서 볼 수 있는 인사다. 더욱이 김 비서실장 스스로도 박정희식 소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의 반발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박 교수는 또 “정치권에선 김 비서실장을 정치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정치참모적 기능이 사라지는, 몰정치적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김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맹종한다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본인의 이미지를 대통령에게 덧씌우려 한다면 정치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회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할 정무수석 자리에 정치 경험이 없는 외교공무원이 임명된 것을 놓고도 우려를 내비쳤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 전직 의원이나 언론인이 임명되는 정무수석 자리에 외교관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은 정치로부터 중립적 입장에 서겠다는, 탈정치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라며 “결국 정치를 무시하는, 정치를 행정을 하는 데에 지장이 많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박 교수는 “정무가 필요 없다기보다는 박 대통령 본인이 정치를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참모진의 정무 기능을 없애고, 대통령이 정무에 직접 나설 경우 정부가 여당을 더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형국이 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도 “정치적으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 정무수석에 외교관 출신 인사를 임명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박 수석이 국회의원 이름이나 다 아는지 모르겠다. 결국 대통령이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것밖에 안 되는데, 이 경우 여야 정치권과 정부의 대립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정치 경험이 없는 외교관 출신의 정무수석이 얼어 있는 여야 관계를 풀 수 있는 경험이나 인맥이 있겠느냐”며 “지난 6월 이정현 당시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임명되고, 두 달 동안 공백이 있었는데, 이 같은 인사를 통해 박 대통령이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정무수석은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정치권과 소통에 나서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며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고, NLL(북방한계선) 문제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도 해결이 안 되고 있는데, 새 정무수석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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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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