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8승에 도전한 류현진(26·LA 다저스)이 기대 이하의 피칭으로 평균자책점만 잔뜩 상승했다.
류현진은 11일(한국시각) 체이스필드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애리조나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7피안타 5실점의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8승 수확에 실패했다.
1경기 5실점은 류현진의 빅리그 데뷔 후 최다실점 타이 기록이다. 류현진은 지난 4월 21일 볼티모어전에서 6이닝 5실점한 바 있다. 그나마 패전을 면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마운드에서 내려올 당시 스코어는 3-5였지만 팀 타선이 9회초 극적인 동점을 이룬 것이 하이라이트였다. 이로써 류현진의 방어율은 종전 2.90에서 3.09로 치솟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였다. 애리조나 타자들이 잘 쳤다기보다는 류현진의 투구 자체에 문제가 많았다. 먼저 볼끝이 날카롭지 못하다보니 상대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고, 급기야 제구마저 불안정해 투구수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사실 류현진은 완봉승을 거뒀던 지난 5월 29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구위 저하다.
실제로 4월과 5월 두 달 간, 11경기를 치른 류현진은 6승 2패 평균자책점 2.90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71.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과 삼진의 비율도 22-67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 피안타율도 0.225로 정상급 피칭을 이어갔다.
하지만 에인절스전 이후 열흘 만에 등판한 뒤로 류현진은 매 경기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7경기서 거둔 성적은 1승1패 평균자책점 3.40이며 피안타율도 0.271로 크게 늘어났다.
볼넷이 늘고 삼진이 줄어든 점도 구위 하락을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개막 후 두 달간 류현진의 9이닝당 볼넷과 삼진은 각각 2.8개와 8.5개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볼넷이 3.4개로 소폭 상승했고, 무엇보다 삼진이 5.2개로 뚝 떨어진 현상을 보였다. 삼진을 유도하는 피칭이 탁월한 류현진에게 비상 신호라 할 수 있다.
4~5월과 6~7월 투구 내용 변화. ⓒ 데일리안 스포츠
결국, 불안했던 투구가 이번 애리조나전에서 한꺼번에 몰려든 모양새다.
요인은 역시나 체력의 문제다. 한화에서 뛰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류현진은 충분한 휴식을 제공받았다. 5일 휴식 후 등판을 기본으로 일주일에 한 번 마운드에 오르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5인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다 보니 체력적인 애로사항이 발생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시즌 3패째를 안았던 지난달 19일 양키스전이 끝난 뒤 “오랜만에 4일 휴식으로 나오다 보니 적응이 덜 된 것 같다”며 체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토로한 바 있다. 바로 직전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승리를 거뒀음에도 매팅리 감독이 “좀 더 날카로워질 필요가 있다”며 구위 저하를 꼬집었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미국 언론들은 류현진의 흡연 여부를 문제 삼은 바 있다. 흡연은 체력 유지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기에 런닝 훈련을 게을리 하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으며, 매팅리 감독은 직접적으로 류현진의 과체중을 지적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는 빡빡한 일정 속에 162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장정이다. 여기에 3시간의 시차가 존재하는 이동거리도 결코 만만치 않다. 전반기를 마친 류현진은 약 열흘간의 꿀맛 휴식을 얻게 됐다. 하지만 체력적인 문제는 후반기는 물론, 시즌 후에도 류현진이 반드시 극복해야할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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