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채 불가마에서 수면 중 사망한다면?

김재현 기자

입력 2013.06.10 12:06  수정 2013.06.10 12:16

유족과 보험사간 상해보험금 지급놓고 분쟁 사례 늘어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보험소비자 권익 보호 확대 예상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음주 상태로 사우나 불가마에서 숙면 중 사망한 것을 두고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분쟁이 발생되자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경기관광공사

가끔 야간시간 사우나 욕탕이나 불가마에서 만취자들의 위험천만한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욕탕에서 졸다가 호흡이 가파오르거나 정상인도 숨쉬기 어려운 불가마에서 자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야간시간에는 만취자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찜질방의 안내문으로 미뤄보아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술에 취한 사람이 불가마에서 숙면을 취하는 것은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끔 사우나 불가마에서 수면 중 사망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보험회사와 유족간의 보험금 지급 분쟁이 가십거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분쟁이 자주 발생되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상해보험금 지급에 대한 판단을 결론 지었다.

화물차 운전자인 A 씨(56, 남)는 지난 2010년 5월 저녁 늦게 술을 마시고 인천시 소재 00사우나의 불가마에서 잠을 자던 중 다음날 아침 종업원에 의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부검을 원하지 않고 타살 혐의도 없어 경찰에서는 가마실의 높은 온도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A 씨에게 상해사고로 볼만한 외상이 없고 사망원인도 불분명하다는 이유 등을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같은 분쟁이 길어지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음주 상태로 사우나 불가마에서 잠을 자던 중 사망한 것도 '상해'로 보고 상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10일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월 A 씨에게 상해보험에서 정한 보험금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건강한 사람도 고온의 사우나 불가마에서 장시간 수명을 취할 경우 사망할 위험이 높은 만큼 사고 개연성으 무시한 채 사망원인의 불분명한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보험회사는 변사체로 발견된 망인에게 별다른 외상이 없기 때문에 상해사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족들의 결정으로 부검을 실시하지 않아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상해보험 약관에서 정한 '보상하는 손해'조항에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상해로 인한 손해'를 보상한도 규정돼 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사망원인은 반드시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더라도 사고의 개연성이 인정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경찰에서도 망인의 사망원인을 질식사로 추정하는 만큼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상해 원인에 대한 구체적인 증빙이 없더라도 사고의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면 상해사고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한 사례다. 즉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책임을 폭넓게 인정한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소비자의 권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한 사례여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검을 하지 않아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에 소극적이었던 보험회사들의 보상관행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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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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