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 한 풀어준 존댓말 판결문

스팟뉴스팀

입력 2013.05.31 10:36  수정 2013.05.31 10:47

서울중앙지법 김환수 부장판사 “피해자에 진심으로 사과하고자”

서울중앙지법 한 재판부가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게 존댓말로 무죄 판결문을 작성해 화제다.(자료사진) ⓒ연합뉴스
판사들의 잇단 ‘막말’이 물의를 일으키는 가운데 최근 한 재판부가 존댓말로 무죄 판결문을 작성해 화제가 되고 있다.

29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환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6)는 지난 23일 성종대(56)씨에 대한 긴급조치 9호 재심판결문 마지막 문단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사법부가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싸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큰 고통을 당한 피고인에게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리고 이 사건 재심판결이 피고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라며 존댓말로 사과의 뜻을 담았다.

이 문단 외에는 다른 판결문과 마찬가지로 예삿말로 쓰였으며 성 씨를 포함해 같은 혐의로 처벌 받았던 4명의 판결문에도 동일한 내용의 존댓말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씨는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77년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 받았으며 2011년 1월 재심 청구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존댓말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존댓말을 쓰면 안 된다는 규정은 없으나, 판결문은 공문서이고 재판부 판단을 객관적으로 담은 것이므로 예삿말을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한 대법원 재판 예규에도 ‘판결문은 쉬운 단어와 짧은 문장을 쓰고 중복 표현을 생략해 간략하게 작성해야한다’며 예삿말로 쓰인 판결문을 예시로 들고 있다.

판결문을 작성한 김 판사는 판결문에 존댓말을 한 번도 써보지 많아 고민이 많았음을 밝히면서 “‘사과한다’, ‘기원한다’를 예삿말로 쓰는 것은 사과하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억울한 고초를 겪은 피고인들에게 사법부를 대신해 사과하는 마음을 담고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판결문을 받은 성 씨는 “법원이 사과의 뜻을 표명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를 낸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며 “비록 뒤늦은 사과이지만 진정성이 느껴져 회환이 풀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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