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쇠화는커녕 전성기’ 팀 던컨 장수 비결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3.05.22 11:15  수정 2013.05.23 06:43

‘회춘’ 던컨, 샌안토니오 서부지구 1위 견인

투철한 자기관리-효율적인 플레이 ‘모범 사례’

팀 던컨 (유튜브 동영상 캡처)

팀 던컨(37·샌안토니오)은 미국 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역대 최고의 빅맨 중 한명이다. 데뷔 첫해였던 1998-99 시즌부터 무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NBA 최고센터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던컨을 중심으로 구성된 샌안토니오는 벌써 4차례의 우승을 차지했고 올 시즌에도 서부지구 1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해 우승을 노리고 있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벌써 기량의 노쇠화는 물론이고 은퇴를 고민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지만 던컨은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선수 중 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쟁터에 가까운 골밑. 그것도 팔팔한 운동능력을 자랑하는 젊은 빅맨들을 상대로도 던컨은 여전히 밀리기는커녕 골밑을 지배하고 있다.

샤킬 오닐이나 하킴 올라주원 등 역대 NBA를 지배했던 전설적인 빅맨들을 살펴봐도 던컨 정도의 나이에 이 정도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선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던컨의 장수 원동력은 우선 투철한 자기관리와 플레이스타일의 효율성에서 찾을 수 있다. 던컨은 NBA에서도 손꼽히는 모범생이다. 개성강한 선수들이 즐비한 NBA에서 던컨은 코트 외적인 사생활이 거의 노출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구설에 휘말린 경우가 거의 없다. 오랜 세월 한 팀에서 '원클럽맨'으로 활약해오며 팀에 대한 충성심과 농구에 대한 변함없는 열정은 관계자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다.

던컨의 별명은 '미스터 기본기'다. 기본에 충실하다는 말은 종종 "화려하지 않다" "재미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던컨의 농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젊은 시절에도 탄성을 자아내는 고공 플레이나 림을 부술 듯한 슬램덩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커리어에 비해 이렇다 할 하이라이트 필름이 거의 없는 드문 선수가 바로 던컨이다. 던컨을 중심으로 하는 샌안토니오의 농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던컨의 농구는 화려하지는 않아도 효율적이다. 던컨의 플레이를 보면 공격과 수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보는 이의 입장에서 농구를 쉽게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상대팀의 입장에서는 곧 알고도 못 막는다는 의미와도 같다.

화려한 더블클러치도, 압도적인 골밑파워 없이도 던컨은 절제된 스텝과 피봇으로 공간을 창출하거나 직접 손쉬운 득점을 올린다. 불필요하거나 무리한 플레이를 하지 않으니 체력소모도 적고 본인이 부상을 당할 위험도 높아진다. 팀 내 최고의 에이스가 이타적이면 동료들에게도 자신감이 붙을 수밖에 없다.

또한 던컨이 장수할 수 있었던 데는 좋은 감독을 만난 것도 한몫 담당했다. 던컨과 커리어 내내 농구인생을 함께해온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존재는 운동선수에게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포비치 감독은 던컨이 30대에 접어들며 철저한 출전시간 관리를 통해 부상위험을 차단하고 팀 전력의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몇 년 전부터는 던컨의 시즌 평균 출전시간이 결코 30분을 넘지 않는다. 심지어 플레이오프 같은 큰 경기에서도 박빙의 승부가 아닌 이상은 되도록 던컨을 아낀다.

때로는 던컨을 지나치게 과보호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포포비치 감독의 선견지명은 던컨도 살고, 샌안토니오도 서부의 강호로 오랜 세월 군림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었다.

샌안토니오가 던컨이라는 한 명의 에이스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고른 역할분담을 통해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을 발휘하며 화려한 슈퍼스타들이 이끄는 리그의 강호들을 격파하는 꾸준한 강호로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포포비치의 공이 컸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성적이라는 욕심에 사로잡혀 선수의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경우가 많다. '부상투혼'이라는 사라져야할 단어가 아름다운 감동스토리로 미화되기 쉬운 것이 스포츠의 세계다.

KBL에서도 김주성이나 서장훈 같은 선수들은 선수생활 내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풀타임을 소화해야하는 경우가 잦았다. 성적이라는 결과 없이 선수보호라는 명분은 휴지조각이 되기 십상이다. 성적이라는 결과는 역사에 남지만 선수관리는 기록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던컨의 장수는 개인의 노력과 좋은 지도자, 구단의 비전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성공사례로, 현대 스포츠에서 많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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