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발언' 전효성 논란, 무개념이 부른 참사

김명신 기자

입력 2013.05.15 13:52  수정

아이돌스타 역사의식 부재 심각성

'민주화=획일화?' 사과에 더 격분

시크릿의 전효성 '민주화' 발언 논란이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역사의식 부재의 심각성일까. 무지에 따른 마녀사냥일까.

시크릿 전효성의 '무지'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화'에 대한 역사의식 부재에 따른 발언으로 그는 하루아침에 인기스타에서 '멍청한' 아이돌의 표상이 됐다.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거든요. 민주화시키지 않아요."

전효성이 지난 14일 SBS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출연해 시크릿과 관련한 팀워크를 과시하던 중 무심코 던진 말이다. 그 중 '민주화' 한마디가 네티즌들의 타깃이 됐고 일파만파 후폭풍을 만들고 있다.

그룹 컨셉트를 말하던 중 돌연 '민주화'라는 발언은 왜 했을까. 더욱이 '민주화'라는 단어의 뜻은 보수 성향의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서 '반대' 또는 '비추천'의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자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선동되어 획일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소수를 집단으로 폭행하거나 언어 폭력하는 것', '특정 목적을 위해 행해지는 집단행동' 등 풍자의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그 자체를 폄훼하는 시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용어로 전효성의 '민주화' 발언은 분명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다.

파문이 거세지자 전효성의 소속사 측은 "뜻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한 것"이라며 해명과 더불어 즉각 사과했다. 전효성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의 저의 발언과 관련해서 올바르지 못한 표현을 한 점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적절하지 못한 단어를 사용한 점 반성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라고 거듭 사과를 표했다.

그러나 상황은 단순 전효성만의 발언 문제를 넘어 그 후폭풍에 있다는 점이다. 전효성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반응은 더 싸늘해지고 있으며 더욱이 '일간베스트'에서는 전효성을 지지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돼 자칫 '정치적 마녀사냥'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민주화'가 들어간 수많은 역사적 운동과 관련된 단체나 특정 지역 시민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 자체를 부인하고 왜곡해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선망 대상인 연예인이 이같은 발언을 '별 생각 없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마침 MBC '무한도전'에서는 아이돌과 함께하는 '역사특강' 편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오는 18일에는 그 2편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 5.18 민주화 운동과 맞물려 출연한 전효성에 대한 '편집'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몰랐다"는 몰지각한 발언이 더 심각하고 화를 돋구고 있는 형국이다. 그 무지가 피해자나 혹은 당사자, 타인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수 전효성의 일베식 '민주화' 용어사용 이후 전효성은 사과를 했다. 전효성이 일베는 아니다. 그런데 왜 부정적 의미로 '민주화'를 사용했을까? 확인해보니 연예계는 물론, 청소년층에 '민주화'란 용어가 일베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무 개념없이 재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 가수 김진표가 노무현 사망을 놀리는 의미로 사용된 '운지(천)'를 방송에서 사용했던 것 처럼. 개념은 프레임이다. 일베식으로 재구성된 개념이 유포되고 있음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라며 심각성을 제기했다.

네티즌들 역시 "사과가 더 화가난다. 대학까지 다닌다는 연예인이 '민주화' 뜻도 모르고 사용했다는 게 말이 되나", "아이들이 배울까 두렵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큰 거 같다. 청소년들이 개념없이 사용하고 있다는 게 더 심각하다", "무한도전 역사 편이 선견지명이었나", "역사의식의 부재가 심각하다", "격분을 넘어 감탄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연예인이 이 수준 밖에 안되다니" 등 비난 의견이 쇄도하고 있다.

단순 전효성의 문제가 아닌, 그렇다고 정치적 이념의 문제도 아닌, 역사의식의 부재에 따른 연예인들(청소년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한)의 심각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오를 전망이다. 전효성 '민주화' 발언은 분명 곱씹어 봐야 할 심각한 사건 중 '사건'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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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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