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회 색바꾸자" 노란색 녹색 버리고 과감히 파란색 변경 검토
일각에선 "진로소주가 빨간색이어야지 딴 색이면 되겠느냐" 거센 반발
‘노란색? 녹색? 그것도 아니면…파란색?’
민주통합당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가 당 쇄신 차원에서 당명을 ‘민주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바꾸고, 대북에 대한 입장이나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강령·정책 문구를 개정하는 방안 등을 준비하면서 비공식적 논의였던 당색(色)에 대한 논의도 공식화되는 분위기다.
현재 민주당이 사용하고 있는 상징색은 노란색과 녹색.
노란색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당시 당색이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상징과도 같은 색이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의 색이니 자연스럽게 민주당의 대표색이 됐다. 여기에 노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당시에는 국민의 안녕과 번영을 상징한다는 차원에서 녹색이 함께 사용됐다.
당내에서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당색을 바꾸는 일을 논의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럽다. 자칫 잘못하면 당의 어르신인 김·노 전 대통령의 상징을 지워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총·대선 패배 원인 중 하나로 노란색을 내세운 게 김·노 전 대통령이라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인상을 줬다는 말이 나오면서 당색은 당의 개혁을 위해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가 돼버렸다.
이번 대선 당시만 해도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 선대위 내부에서는 ‘색깔논쟁’이 일어났다.
지난 2월 당내에 구성된 ‘대선 자금 검증단’(단장 문병호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당초 문재인 캠프 선거운동원의 점퍼가 녹색으로 정해진 뒤 입찰이 진행 중이었으나 선대위의 A단장이 이를 중지시키고 노란색을 입힐 것을 주장해 결국 ‘노란 점퍼’로 바뀌게 됐다.
이 문제는 노란 점퍼를 제작하게 된 업체가 입찰도 안한 업체라는 점이 전해지면서 절차적 문제가 지적됐고, 정치적으로는 노란색을 중시하는 친노(친노무현)와 그 색을 완화하고자 하는 비주류 간 신경전에서 전자가 승리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A단장은 문 후보의 대선 당시 슬로건인 ‘사람이 먼저다’를 만든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내에서 논의된 안은 두 가지다.
하나는 당색을 ‘녹색’으로 바꿔보자는 안정적인 안이다. 노란색과 녹색 중 김·노 전 대통령을 즉각 연상시키는 노란색이 지금까지 더 부각돼왔다면, 그 수위를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친근한 ‘녹색’을 노란색보다 앞세워보자는 것. 하지만 현재 당 로고에 노란색과 녹색이 함께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오히려 혁신을 하려는 생색만 냈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급진적인 안으로 당색을 ‘파란색’으로 바꿔보자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는 ‘새누리당처럼’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박근혜 비대위’ 체제에서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한나라당과 보수를 상징해왔던 ‘파란색’이라는 상징색에서 정반대의 색인 ‘빨간색’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처음에는 당 안팎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컸지만, 이후에는 개혁적인 시도라는 평을 받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도 한몫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특히 후자의 안은 젊은 보좌진이나 당직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당색을 바꾼다고 당이 추구하는 가치 등이 변하는 게 아니고, 또 이왕 바꿀 것이라면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대다수 의원들은 “당색을 바꾼다고 개혁이 되는 게 아니다”면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진로(소주)가 빨간(상징)색이어야지 딴 색이면 되겠느냐”면서 당색을 바꾸는 논의와 관련해 불편함을 내비쳤다.
아울러 4월 재보선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파란색은 이미 선수를 뺏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는 5.4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강기정·김한길·이용섭 의원(기호순)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당명·당색·강령이나 정책 개정 논의 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은 “민주당의 노선과 정체성은 누가 뭐래도 진보 개혁 노선”이라고 밝혔고, 김 의원도 “(현재 논의되는 것에 대해) 전 당원투표제와 같이 보다 많은 당원들의 의사를 확인해 방향을 정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 의원 같은 경우에도 22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당명이나 당색은 필요하다면 바꿀 수 있지만, 대선에서 패배했다고 무조건 우리의 모든 것을 버리려는 자세는 문제”라면서 “새 지도부에서 (해당 사항들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