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엔 빠진 류현진 괴물본색 톺아보기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3.03.25 08:08  수정

시범경기 CWS전 7이닝 2실점 호투

특유 배짱투와 선발투수 자질 곳곳

류현진

'한국산 괴물'의 진가가 드러나고 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은 24일(한국시각) 애리조나 글렌데일 카멜백랜치 스타디움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1피안타 2실점 완벽투로 시범경기 2연승을 구가했다. 경기 초반 제구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3회 이후 특유의 배짱투로 애덤 던이 버틴 화이트삭스 타자들을 완벽 제압했다.

사실 1회와 2회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는 등 불안했다. 특히, 1회초 1번타자 알레한드로 데아자를 상대로 제구가 높게 형성돼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한 뒤 2사 3루 상황에서 4번 거포 애덤 던 타석에서 승부구로 택한 바깥쪽 낮은 직구가 폭투로 이어져 선취점을 내줬다.

2회초에도 선두타자 타일러 플라워스에게 중월 2루타를 얻어맞고 무사 2루 위기를 맞았다. 결국, 드웨인 와이즈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내주고 추가 실점하며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류현진의 위기는 거기까지. 류현진은 3회 공 10개로 간단하게 마무리한 뒤 특유의 괴물 본능을 내뿜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끌려가던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인공 역시 류현진이었다.

달라진 점은 마운드가 아닌 타석이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로 나선 3회말 공격에서 화이트삭스 선발 제이크 피비 직구를 밀어 쳐 깨끗한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 반격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다. 상대 선발 비피는 2007 사이영상 수상자. 2사 1,2루 동점 찬스에서 3번 맷 캠프의 3루 선상을 빠지는 2루타성 타구를 화이트삭스 3루수 제프 케핀저가 다이빙 캐치로 막아내 주자 류현진은 아쉽게도 홈을 밟진 못했다. 하지만 주자로 나선 베이스러닝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4회초에도 선두타자 제프 케핀저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는 불안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고 류현진 특유의 위력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류현진은 11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는 집중력을 뽐냈다. 류현진은 이날 7회까지 총 98개를 던지며 5탈삼진을 덧붙였다. 화이트삭스전 호투로 4점대 평균자책(4.41)을 3.86으로 끌어내렸다.

채드 빌링슬리와 함께 2선발 후보로 거론되던 류현진의 2선발 굳히기에 파란불이 켜졌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 역시 "류현진의 투구를 본다면 그를 선발에 넣지 않을 수 없다"라고 밝혀 개막 3연전 선발 투입 가능성을 높였다. 화이트삭스전에서 보여준 호투 이상의 의미가 경기 내용 중에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데이터 이상의 의미다.

우선 류현진이 초반 직구 로케이션의 높낮이 조절에 실패, 제구력에 문제를 드러냈다. 직구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됐다. 3회 이후에야 안정을 되찾고 로케이션이 낮게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류현진은 선발 로테이션에 진입하기 위해 초반부터 전력 피칭을 하는 게 아니라 이닝 이팅을 염두에 둔 페이스 조절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길게 보는' 류현진의 큰 배짱이 또 다시 드러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주자로 출루한 뒤, 공수 교대 시 적응을 거쳤다는 점이다. 투수가 타격을 하는 내셔널리그 선발투수들은 반드시 이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특히, 투수가 득점 상황 등 격렬한 베이스러닝이 있을 경우 공수교대 후 마운드에서 제구력 난조를 보일 수 있다.

류현진은 이날 공수교대 후 워밍업 없이 바로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류현진이 3회 베이스러닝 후 4회초 첫 타자 제프 케핀저에게 허용한 볼넷이 이런 케이스다. 류현진은 이제 주자로 나섰을 때 다음 투구 시 페이스 조절까지 해야 하는데 이날 그 위기를 잘 넘어섰다.

세 번째는 선발투수의 역할이다. 선발투수는 항상 리드를 잡을 순 없다. 동료들의 타격이 터질 때까지 추가 실점을 억제하며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투구를 해야 한다. 류현진은 초반 팀 타선이 피비의 구위에 눌려 침묵할 때 스스로 첫 안타를 터뜨려 동료들을 자극했고, 3회 이후 호투를 보이며 역전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초반엔 제구력 난조로 흔들렸지만 추가실점을 억제하며 역전 기회를 제공하는 능력은 선발투수가 갖춰야 할 역량 중 하나다. 바로 그 역할을 류현진이 해냈다. 류현진은 이닝이 거듭될수록 로케이션이 낮아지고 가운데 몰리는 실투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낙차 큰 슬로 커브와 주무기인 체인지업이 효율적으로 구사되며 화이트삭스 타자들을 틀어막았다.

무엇보다 큰 소득은 사이영상 투수 피비를 상대로 거둔 승리의 자신감이다. 이 자신감은 '괴물 루키' 류현진의 리그 적응과 시즌 운용에 큰 자산이 될 게 분명하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조시 베켓 등 리그 최고의 선발이 즐비한 다저스에서는 물론, 사이영상 위너 앞에서도 류현진의 괴물 본능은 여전히 당당했다. 오는 29일 LA 에인절스전에도 호투한다면, 샌프란시스코와의 개막 3연전 두 번째 선발은 류현진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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