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연의 우리 터, 우리 혼>중국과의 무역항로 흑산도 상라봉봉수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는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뱃길로 93㎞ 떨어진 곳,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해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섬 여행지다. 섬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일주도가 2010년에 개통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이중에서도 가장 손꼽는 명소는 뱀이 똬리를 튼 듯 구불구불 열두 굽이를 이어져 올라가는 흑산도에서 가장 높은 상라봉이다.
중국사신을 맞았던 상라봉봉수
봉우리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길게 늘어진 장도와 기암괴석의 홍도가 조망되며, 북쪽은 다물도와 대문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에 떠있어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사방이 탁 트여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광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비경을 간직한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통일신라부터다. 해상 왕 장보고장군이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뒤 서해로 출몰하는 왜구를 막기 위해 흑산도에 산성을 쌓은 것이 시초가 됐다.
산성모양이 반달곰을 닮았다는 상라산성은 정상에서 뻗은 북쪽능선위에 쌓여 있다. 둘레가 280m로 비교적 크지 않는 테뫼식 석축산성인데 성벽은 바깥면만 돌로 쌓고 안쪽은 흙으로 채웠다. 해안 쪽은 깎아지른 절벽을 이용했으며 나머지는 돌로 쌓았다. 성안에는 성문터와 군사들의 주거지가 남아있다.
흑산도의 명소 상라봉 열두굽이 길
상라봉 정상에는 어느 세력이 설치했는지 문헌에도 등장하지 않는 연변봉수가 현존하고 있는데 형태는 다듬지 않은 막돌을 이용해 쌓은 연대하나가 9부 능선에 있다. 연대 뒤쪽은 암반을 이용했으며, 나머지 3면은 석축으로 쌓았다. 연대높이는 지형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바깥에서 가장 높은 곳은 3m이며 안쪽은 1m가 조금 넘는다. 전체둘레는 암반까지 포함해 약 20m 정도다. 연대출입구는 암반과 석축사이에 통로를 냈으며 연대내부는 좁은 공간의 평탄지가 있다.
하지만 봉수연대가 들어선 입지를 볼 때 원래부터 있던 자리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봉수는 산 정상부 세우는 것이 정석인데 이 봉수는 바다 쪽은 막혀있고 흑산면소재지 방향을 보고 있다. 해안의 세찬바람을 피해 봉우리를 등지고 있기 때문에 봉군들의 숙소로 보인다.
상라봉에서 본 홍도의 모습
특히 상라봉은 고려도경에 나오는 봉수대로 비정되는 곳이다. “중국 송나라 사신이 흑산도에 진입하면 상라봉에서 봉수를 올리고 섬에서 섬으로 받아 개경에 알렸다”는 기록이 있다. 봉수군이 이곳에서 바다를 조망하다가 흑산도 앞바다에 사신선이 들어서면 봉수를 밝혔던 것이다. 흑산도는 중국사신과 상인들이 개경에 들어가기 전 잠시 여장을 풀었던 곳이다.
고려시대 때 송나라와 무역항로는 수도개성을 나와 고려시대 최고의 무역항인 예성강의 벽란도를 거쳐서 흑산도에 도착한 후 중국으로 건너가는 항로가 가장 빨랐다. 중국을 떠나 처음 만나는 고려의 땅, 송나라의 문신인 서긍은 흑산도를 본 첫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흑산도는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 배를 감출만하다. 배가 닿으면 산마루에서 봉화 불을 밝힌다."
그는 또 흑산도에 중국 사신들을 맞이하는 관사도 있었다고 했다.
상라봉 8부능선에 봉수대가 보인다.
홍어로 유명한 흑산도는 목포항에서 2시간을 달려야 한다. 이왕 흑산도까지 왔으면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일주도로를 따라 관광도 좋은 추억이 된다. 신들의 정원인 진리 처녀당, 석주대문, 다산의 형 정약진유배지 등등 명소가 즐비하다.[데일리안 = 최진연 유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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