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 일원에서 열린 '대관령 국제 알몸마라톤대회'에서 금연을 홍보하는 참가자들이 힘차게 겨울 속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차라리 담배를 마약으로 지정하고 판매를 중지하라.”
애연가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정부가 담뱃값을 큰 폭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흡연자가 봉이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
담뱃값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세금을 흡연자 주머니에서 털어간다”,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담배를 뺏어갈 셈이냐”, “정부가 국민건강을 생각한다면 담배 판매를 중단해야지 가격을 올릴 것이 아니다”, “부자들만 담배 펴야하는가”는 등 애연가들의 반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정부 측은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관련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흡연율이 OECD 최고 수준이고 △전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 담배 가격이 턱없이 낮고 △서민들에게 각종 질병으로 이어 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담뱃값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특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제 담뱃값을 올릴 때가 됐다”고 밝혀, 실제 정부의 담배 가격인상 추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완 관련, 정부 핵심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담뱃값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반대 논리가 ‘서민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인데, 흡연으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경우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도 서민들”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흡연가 주머니 털기 아니야' 당위성 제시 안간힘
정부 입장에선 ‘담뱃값 인상 카드’가 국민의 건강을 챙긴다는 명분과 함께 막대한 세수확대 효과까지 거두는 일거양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담뱃값을 갑당 1000원만 인상해도 연간 4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애연가인 박재완 장관도 담뱃값 인상을 거론하며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야 하고, 세수 확대보다는 국민 건강보호 차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사회 분위기도 담뱃값 인상추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한국이 경제적 수준에 비해 효과적인 금연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담뱃값 인상이 시급하다”고 권고했다.
실제 국내 담뱃값은 8년째 2500원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싸다. 가장 비싼 아일랜드 담배 가격은 우리 보다 6배 비싼 1만4975원이다.
영국(1만1525원), 프랑스(9400원), 독일(8875원) 등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의 담뱃값이 1만원 안팎이고, 상대적으로 담뱃값이 낮은 동유럽 국가인 체코(3925원), 헝가리(3750원), 슬로바키아(3725원) 등도 우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론 민감한' 국회 넘어서는 게 관건
문제는 정부가 논리로 제시하는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에도 담뱃값 인상안을 내놨지만, 흡연율은 조금 떨어지는데 비해 애연가들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예상되자 가격 인상을 추진을 원점으로 돌렸다.
향후 담뱃값을 인상하고도 정부가 핵심 근거로 제시한 흡연율이 낮아지지 않으면 “애연가들의 주머니를 털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담배는 중독성을 가진 제품이라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여기에 ‘여론에 민감한’ 국회가 동의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담뱃값 인상론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에선 ‘서민 부담’과 ‘물가불안’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
정치권에선 대선이 끝났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담뱃값 7000원 올리면 흡연율 27% 떨어져"
이와 관련, 정부가 2020년까지 흡연율을 20%대로 떨어뜨리려면 현재 한 갑에 2500원 수준인 담배 가격을 7000원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담배 규제 기본협약 추진의 성과제고를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올해부터 담뱃값을 갑당 7000원으로 인상할 경우 2020년까지 남성 흡연율이 27%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는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인상된 후 남성 흡연율이 60%에서 51%까지 급감했지만 이후 담뱃값이 2500원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흡연율이 4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11년 남성 흡연율은 47.3%다.
다만, 흡연율을 20%대로 낮추기 위해선 가격 인상과 함께 담뱃값 포장 규제, 금연 구역 지정, 금연 치료 등의 비가격정책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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