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3호골을 성공시킨 구자철(24)이 아우크스부르크의 핵심 멤버로 완전히 자리를 굳혔다.
구자철은 21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에스프리트 아레나서 열린 ‘2012-13 분데스리가’ 18라운드 뒤셀도르프와의 원정경기에서 전반 45분 오른쪽 측면에서 발리슈팅을 연결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구자철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원정 첫 승을 따낸 아우크스부르크는 2승 6무 10패(승점 12)째를 기록, 강등권 탈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제 1부 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6위 TSG 1899 호펜하임과는 불과 승점 1차이다.
이날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장한 구자철은 평소와 다름없는 중앙 침투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임대 이적해 데뷔전을 치른 국가대표 동료 지동원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 ‘지구 특공대’의 재출격을 예고했다. 실제로 구자철의 골은 왼쪽 측면에서 기회를 살린 지동원의 패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라 의미가 배가됐다.
올 시즌 구자철에게 가장 달라진 부분은 역시나 포지션 이동이다. K-리그 제주와 각급 대표팀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본업으로 삼았던 구자철은 분데스리가에서도 같은 역할을 부여받았다. 아우스크부르크로 임대 이적한 뒤 올 시즌에는 아예 오른쪽 측면으로 위치를 이동한 것.
구자철의 포지션 변경은 시즌 초반 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9월 샬케04와의 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으로 교체된 구자철은 재활에 약 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였지만 정밀진단 결과 고질적 통증을 유발하던 왼쪽 발목까지 함께 치료에 들어가 복귀하는데 두 달이나 걸렸다.
아우크부르크의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 역시 조바심을 내기 보다는 부상을 완전히 다스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바인지를 감독은 구자철이 복귀한 뒤 부상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자 아예 포지션을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시켰다.
전문 윙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자철은 빠르게 새 포지션에 녹아드는 모습이다. 이전까지 중앙에서 고된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을 벌였다면, 최근에는 측면으로 빠져있다 공격 시 잽싸게 침투해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종(縱)이 아닌 횡(橫)의 움직임이라 상대 수비수들의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현재 구자철은 경기당 2.2회의 드리블을 시도하고 있으며 윙어의 필수 조건인 크로스는 1.0개에 그치고 있다. 즉 윙어로서는 적격이 아니라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구자철의 본래 역할이 아니다. 현재 독일 현지에서는 구자철의 최대 장점을 ‘박스 근처에서 제공하는 숏패스가 정확하다’고 평가한다. 이는 측면에서 슬그머니 침투해 들어와 결정적인 패스 또는 슈팅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구자철은 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키 패스(Key Pass)’ 부문에서 1.4개로 팀 내 2위에 올라있고, 경기당 슈팅 시도(1.9개)는 가장 높다. 패스 성공률도 82.6%로 훌륭한 편이다.
올 시즌 구자철은 선발 출장한 10경기 가운데 절반인 5경기를 오른쪽에서 소화했다. 본래 포지션인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두 차례에 불과하고, 수비형 미드필더와 왼쪽 날개 자리는 각각 2회와 1회씩이다. 공교롭게도 올 시즌 기록한 3골 모두 오른쪽에서 뛸 때 터져 성공적인 변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축구 전술에서 윙어는 빠른 발을 이용해 적진으로 파고든 뒤 크로스를 올려주는 역할이 주된 임무였다. 2000년대 이후에는 종횡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아르연 로번(바이에른 뮌헨), 시오 월콧(아스날)과 같이 개인기는 물론 골 결정력까지 보유한 윙포워드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급기야 최근에는 측면에서 그대로 박스 안으로 치고 들어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을 소화하는 유형의 윙어가 돋보이고 있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와 후안 마타(첼시),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구자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변방에서 북을 울려 수비수들의 혼란을 일으키는 이들은 모두 팀 내 핵심 멤버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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