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키스 같은 돈성?’ 착한 제국 열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입력 2012.11.02 08:10  수정

돈뿌리는 한국판 악의제국 양키스 옛말

머니게임 아닌 내부성장 2연패 위업

삼성은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이승엽까지 가세, 팀의 정신적 기둥을 얻었다.

이변은 없었다.

1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삼성이 SK에 7-0 대승,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 개막 전 전문가 대부분의 예상대로 정규시즌 1위 삼성이 한국시리즈 정상 재등극에 성공한 셈.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다.

2005년과 2006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 등극 이후 8년 동안 무려 4번이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그 동안 절반의 가을은 삼성의 독무대였다. 그렇다 보니 본의 아니게 삼성은 한국의 양키스, 혹은 한국의 요미우리로 불리곤 한다.

특히,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주인공 SK를 맞아 난타전을 거듭한 끝에 거둔 우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명실상부한 가을의 주인을 가리기 위한 진검승부에서 삼성이 이긴 셈이다.


양키스 '악의 제국' 비아냥

흔히들 뉴욕 양키스를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 일컫는다. 2003년 한 사건으로 인해 생긴 네임이 강산이 한 번 지난 지금도 양키스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양키스가 악의 제국으로 불린 계기는 2003년 쿠바 특급 호세 콘트레라스 영입으로 촉발된 숙적 보스턴과의 감정싸움이 발단이다.

당시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은 콘트레라스 영입에 맞붙었지만 보스턴은 '머니 게임'에서 양키스에 완패했다. 이때 보스턴 구단주 래리 루치아노가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2010년 사망)와 양키스를 싸잡아 악의 제국이라며 신랄하게 매도했다. 당시 양키스가 이미 6명의 선발투수를 확보한 상황에서 콘트레라스마저 싹쓸이한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양키스는 당시 콘트레라스에 이어 부상 중이던 존 리버까지 영입, 사실상 8명의 선발투수를 보유한 악의 제국이 됐다. 라이벌 팀으로 갈 선수를 모두 싹쓸이, 라이벌팀 전력 강화를 차단한 게 악의 제국으로 불린 결정적인 이유다.


2005ㆍ2006 우승 '한국판 악의 제국'

과거 삼성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그린 바 있다. 2000년대 최강 구단이던 현대 유니콘스의 주축타자들을 FA로 연속 영입한 이유 때문이다. 박종호에 이어 2004 한국시리즈 현대 우승의 주역인 심정수-박진만(SK)을 FA로 싹쓸이한 덕분이다. 당시 삼성은 현대에서 빼온 FA 전력 덕에 2005시즌에 이어 2006시즌까지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이 머니 게임을 벌인 이유로 양키스의 악의 제국과 같은 비아냥거림이 일각으로부터 제기됐던 때다.

루키 감독으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이끈 당시 선동열 감독(현 KIA) 감독은 이 같은 비아냥거림을 차단하기 위해 강경책을 선언한다. 바로 FA 영입 없이 스스로 키워서 삼성을 이끌겠다는 선언이 그것.

이후 삼성은 자체 FA는 잡지만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때문에 이후 새로운 피 수혈에 실패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연속으로 진출하고도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이후 유일한 핵심전력 보강이 바로 2010년 장원삼의 영입이다.

본의 아니게 삼성은 한국의 양키스, 혹은 한국의 요미우리로 불리곤 한다.

삼성 '착한 제국' 시대 연다

2005-2006 시리즈 연속 우승과 이번 2년 연속 우승은 질적으로 다르다. 양키스의 선수 싹쓸이와 같은 파문 없이 동업자 정신을 지키면서 해낸 우승이다. 소위 머니 게임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궈낸 쾌거다. 장원삼 트레이드를 제외하곤 외부 FA 영입의 머니 게임 없이 자력으로 일궈낸 쾌거라는 점에서 다르다. 현재 삼성의 주축투수와 타자들은 삼성이 스스로 발굴하고 2군 팜에서 성장시킨 선수들로 짜였다.

선발요원만 해도 무려 7명이다. 장원삼-윤성환-배영수-브라이언 고든-미치 탈보트가 정상 5인 로테이션. 여기에 좌완 에이스였던 차우찬과 차세대 에이스였던 정인욱까지 버티고 있었다. 특히, 정인욱은 선발 자리가 없어 10일 마다 등판한다는 의미로 '10선발'이라는 특이한 보직을 부여받기도 했을 정도다. 이처럼 삼성의 최대 강점은 두꺼운 선수층이다. 주축 한 선수가 부상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백업 요원이 충분히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짤 때도 누굴 빼야 하나 행복한 고민을 했던 삼성이다.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이승엽까지 가세, 팀의 정신적 기둥을 얻었다. 여기에 차세대 핵심전력인 배영섭과 정형식과 이지영, 심창민 등이 한국시리즈에서 한층 더 성장했다. 삼성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선발진과 최강의 불펜진, 그리고 막강 화력, 게다가 탄탄한 수비력이다. 그야말로 약점이 없는 유일한 구단이다.

따라서 이번 한국시리즈 2연패는 스타인브레너가 돈으로 만든 악의 제국이 아니라 선수단 내부 성장으로 만들어 낸 '착한 제국' 삼성 왕조 개막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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